총선에 임하는 성남지역 후보자와 시민들에게

최재철(성남동 성당 주임 신부)

김철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4/08 [11:47]

총선에 임하는 성남지역 후보자와 시민들에게

최재철(성남동 성당 주임 신부)

김철영 기자 | 입력 : 2020/04/08 [11:47]

- 종교와 신념 그리고 정치 

 

▲ 최재철 신부   

[분당신문]일찍이 인류의 스승인 간디는 사회를 망치는 일곱가지 악 중에 ‘원칙 없는 정치’를 거론했습니다. 정치를 하는 이들이 원칙과 기준 없이 명예와 눈치, 책임회피를 위해서 오락가락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법치를 무시한 제멋대로의 권모술수 정치와 공적인 약속(公約)을 스스로도 기억하지 못하는 공약(空約)으로 만드는 정치인을 비판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해서 정치인들에게 거는 일말의 기대마저 이미 사라진 것이 개탄스럽습니다.

 

금방 밝혀질 거짓말로 시민을 속여 표를 얻고 결국은 정치를 혐오하게 만드는 일들이 계속 반복되도록 좌시할 수는 없습니다. 반복되는 허언과 거짓말로 시민들을 속이는 일들이 계속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보다 진전된 새로운 정치의 바람이 불게 해야 합니다.

 

종교인의 입장에서 한 사람의 됨됨이는 먼저 그가 믿는 종교를 올바로 정확하게 표현하느냐로 볼 수 있겠습니다. 단 한 번의 선거를 위해 자신이 몸 담았던 당을 미련 없이 버리고 이합집산을 반복해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정치인들처럼, 자신이 믿는 종교가 상황과 장소에 따라 이 종교도 되고 저 종교도 될 수 있는 그런 ‘박쥐 정치인’를이 ‘원칙이 있는 정치’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최근 자신의 종교를 속이는 신천지 교인들의 행태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큰 피해를 겪었습니까?

 

그리하여 우리 종교인들은 21대 총선에 나서는 후보자들에게 이렇게 요구합니다. 

 

종교단체와 종교집회를 자신의 정치에 이용하지 마십시오. 자신의 종교를 정확히 표현하십시오. 그저 표를 얻기 위해 이쪽에서는 이 종교 신도요, 저쪽에서는 저 종교의 신자로 행세하는 거짓말장이를 시민들은 원하지 않습니다. 다종교인이면 처음부터 분명히 다종교인이라고 표현하십시오. ‘정치를 하는 사람이니 어쩔 수 없다’는 얄팍한 소리는 집어치우십시오.

 

또한 신앙생활을 하는 시민들에게도 이렇게 호소합니다.

 

그저, 혈연 지연 학연이 있다는 이유로 후보자를 선택하거나, 나와 같은 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혹은 우리 종교집단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양심을 속이고 더 나은 사회로 가는 길을 막는 행위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후보자의 철학과 신념이 공유된 소속 정당이 몇 년간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그 활동이 이 사회의 발전을 가져왔는지, 후보자는 어떤 원칙이 있는 사람인지를 판단하고 투표해야 하겠습니다.

 

한 사람에게는 그가 믿을만한 사람인지 살펴볼 수 있는 ‘개인 간의 신의(信義)’와 사회적으로 평가받는 ‘신용(信用)’과 종교적 신념인 신앙(信仰)이 있습니다. 개인적 이익을 위해 여러 종교의 신도임을 사칭하는 사람에게서 어떤 신용과 신의를 볼 수 있겠습니까? 그에게서 어떤 ‘원칙이 있는 정치’가 나오겠습니까?

 

자신의 신앙과 신념을 정확하게 밝히고, 말 바꾸기 하지 않는 믿음의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후보자가 되기를, 또 그런 사람들을 골라낼 수 있는 유권자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성남시의 종교인

개신교 목사 : 김현의, 방인수, 서덕석, 이훈삼, 임승철

천주교 신부 : 김유곤, 김정욱, 김하종, 박필범, 서진덕, 염지원, 조태구, 최재철, 표창연, 함문주(이상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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