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댈 곳이 없습니다

경기도의회 신정현(더불어민주당, 고양3) 의원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20/06/09 [10:27]

고령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댈 곳이 없습니다

경기도의회 신정현(더불어민주당, 고양3) 의원

유일환 기자 | 입력 : 2020/06/09 [10:27]

“저같이 억울하게 당하다가 죽은 사람이 없도록, 경비가 억울한 일을 안 당하도록 도와주세요.”
 

▲ 경기도의회 신정현 의원    

[분당신문] 최근 강북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이른바 ‘임계장’ 경비노동자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갑질로 인한 억울함을 호소하며 이와 같이 음성유언을 남겼습니다. 

 

지난 해 8월, 한 주민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경비노동자가 부당하게 쫓겨 나가게 생겼다는 것입니다. 한걸음에 달려가 당사자인 경비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올해로 70이 됐습니다. 아무래도 50대 경비원들이랑 비교해서는 움직이는 속도가 빠를 수는 없지요. 동작이 조금 느리다는 게 관리사무소장과 경비반장에게는 눈엣 가시 같은 일이었나 봅니다. 아직 5개월이나 계약기간이 남았지만, 실업급여라도 받으려면 지금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여기에서 잘못 찍히면 다른 용역업체에 가도 일자리를 추천받지 못하도록 할 거라는 협박도 들었습니다. 결국 해고 통보서에 사인을 했습니다.”

 

2018년 스물 아홉 개의 아파트 단지를 다니며 노동환경실태를 조사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경비노동자들의 초소 안에는 에어컨이 있는 단지는 10개 중 3개단지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섭씨 38도를 웃돌던 그 날 이 분들은 더위를 피해 초소 옆 계단에 서서 일하고 계셨습니다. 단지 안에 경비노동자 휴게실이 없어 야간에는 초소에서 잠을 청하지만 새우잠이 아니면 잘 수 없는 좁은 공간이었습니다.

 

환경미화 노동자 분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하실  안 작은 방에 도착하니 여기가 휴게실이라고 했습니다. 분진에 하수구 냄새까지 사람이면 여기서 식사하지 못 할거라며 그럼에도 한 달 짜리 계약이라 찍힐까봐 말도 못한다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 분들은 모두 한 달 짜리 계약서를 매달 쓰는 노동자분들이었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한 행정의 즉각적인 대처와 대응을 통해 경기도는 선진적인 방역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고 도민에게도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의 대응에서 보여준 경기도의 행정력이라면 비정규직 고령노동자들이 처한 부조리하고 부당한 노동환경을 구조적으로 바꿔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우선 고령자 친화직종으로 분류된 직업군에 대한 협의체 구성을 지원하고 노동 당사자들이 주도하여 그 안에서 고령자 비정규직 노동자 경력관리 및 교육훈련, 권리구제 및 복지증진 사업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노동자의 권익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구조가 당사자 협의체, 사실 상의 노동조합이 될 것입니다. 이 또한 한 달 혹은 석 달 단위로 계약하여 일하는 비정규직 고령노동자들에겐 꿈과 같은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의 노동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안정성을 보장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용역업체와 계약 시 최소 1년 이상의 계약을 기준으로 하여 이를 준행할 경우, 그리고 용역업체가 변경될 경우에도 고용승계를 유지할 경우 모범상생 관리단지로 선정하는 데 가산점을 부여하여 공동주택 보조금 또는 공모사업과 같은 예산지원에 어드밴티지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더 많은 상상력으로 발휘한다면, 경기도가 새로운 형태의 ‘공공적 인력파견업체’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비정규직 노동이 있을 수 밖에 없고 노무부담에 의한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의 직접고용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경기도가 직접 공공적 인력파견업체를 설립하여 문제를 해소시킬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은 노동자들의 주체성과 전문성, 윤리성을 기르고 최소 1년 이상의 근로계약을 통해 보다 안정적으로 일하고 수수료를 임금으로 받을 수 있어 인건비 상승의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는 직접고용에 의한 노무부담을 줄이고 공공적 인력파견업체를 통한 교육훈련으로 노동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꿈같은 이야기라고 할지 모르지만, 배달의 민족의 수수료 인상 발표 소식에 즉각 이재명 지사가 공공적 배달앱 개발을 발표했고, 그로 인해 수수료 인상은 없던 걸로 만들어 냈던 사례를 돌아보면 공공적 인력파견업체와 같은 경기형 비정규 노동플랫폼 구축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오는 7월에 맞춰 ‘경기도 고령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권보호 및 고용안정 조례안’ 입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사람이 일할 수 없는 극악한 노동환경에서 치열하게 일하다 굽은 팔이 된 소년 노동자 이재명 지사에게 요청합니다. 

 

이제 노년 노동자들이 굽은 팔의 아픔을 겪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재명 지사의 정치의 시작이 부당하고 불안정한 노동자의 삶에서 시작되었던 것처럼 경기도의 고령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권보호와 고용안정을 위해 경기도의회와 힘을 모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이 글은 6월 9일 열린 경기도의회 제344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신정현 의원의 5분발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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