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폭행범 구속영장 또 기각…선택적 정의는 부정의일 뿐

녹색당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20/06/21 [15:42]

서울역 폭행범 구속영장 또 기각…선택적 정의는 부정의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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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환 기자 | 입력 : 2020/06/21 [15:42]

▲ 서울역 묻지마 폭행범에 대한 국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분당신문] 서울역에서 지나가는 여성을 무참히 폭행해 눈가가 찢어지고 광대뼈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힌 가해자의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긴급체포 자체가 위법’이라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었다. 어제 김태균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사안이 중대하나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또 한 번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은 피의자의 기본권과 인권을 위한 형사법의 대전제다. 문제는 이 원칙이 매우 선택적이고도 임의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긴급체포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기각했던 첫 구속영장도 일선 법조인들은 거의 처음 보는 사례라는 반응이 상당수였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최근 줄줄이 기각된 구속영장도 마찬가지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도 동의하기 어렵거니와, 전가의 보도처럼 외치는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왜 일반 형사 사건에서는 찾아보기가 그렇게도 어려운가.

 

김태균 영장판사는 “본 사건이 이른바 여성 혐오에 기인한 무차별적 범죄라기보다 피의자가 평소 앓고 있던 조현병 등에 따른 우발적, 돌출적 행위로 보인다”고 했다. 무연고 여성에게 중상해를 입힌 범죄가 여성 혐오는 아니라는 판사의 성인지 수준과 자신감도 놀랍지만, 조현병에 대한 편견 또한 심각하다.


조현병 환자 등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비정신질환자의 15분의 1로 범죄율이 비질환자에 비해 오히려 낮다. 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 등에 따르면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제외하고 공격성이나 잠재적 범죄가 일반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정신질환은 없으며, 정신질환자가 불특정 다수에 대해 적개심을 보이는 경우도 많지 않다.

 

조현병 유병률은 1% 정도로 100명 중 1명은 앓고 있는 질환이다. 조현병 환자 중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는 극소수이며, 대다수 환자가 여느 질환처럼 적절한 치료와 관리로 회복과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강력범죄를 조현병 등 정신질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정신장애인이나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과 편견을 부추기는 일이다.

 

서울역 폭행 가해자는 지난 2월에도 집 근처 건널목에서 여성에게 욕설을 하고 얼굴에 담배 연기를 뿜으며 위협을 가하고 얼굴에 침을 뱉은 적이 있다. 이 여성은 결국 두려움에 이사를 간 상태다. 김태균 영장판사에 의하면 공격적 정신질환에 의한 ‘우발적, 돌출적 행위’인데 왜 이 우발과 돌출은 약자인 여성에게만 발동되는가.


여럿이 지나가는 남성이 아니라 혼자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을 해야 본인이 안전하고 피해자는 대응을 못 할 것이라는 고도의 판단력은 ‘우발적, 돌출적’ 행위와 거리가 멀다. 여성 혐오 사건만은 아니라고 하고 싶은 김태균 영장판사의 오지랖과 젠더 폭력에 대한 몰이해가 만들어낸 오판이다.

 

여성 대상 범죄 가해자들이 불구속으로 불기소로 집행유예로 엄중한 사법 정의를 피해 가는 사례를 무수히 목도한다. 오죽하면 #N번방은_판결을_먹고_자랐다 는 슬로건이 SNS를 뒤덮겠는가. 하루가 멀게 들려오는 성범죄 가해자들의 감형 소식과 함께 서울역 폭행 가해자의 구속영장 기각은 또 한 번 여성들을 절망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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