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 가로등’도 비추지 못하는 지역 언론인의 통렬한 반성

온통 ‘컨트롤C, 컨트롤V’뿐…비판은커녕 행정광고에만 의존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20/07/26 [17:30]

‘뒷골목 가로등’도 비추지 못하는 지역 언론인의 통렬한 반성

온통 ‘컨트롤C, 컨트롤V’뿐…비판은커녕 행정광고에만 의존

유일환 기자 | 입력 : 2020/07/26 [17:30]

▲ 유일환 편집장

 [분당신문] 또 한명의 지역 출신 기자가 영면했다. 수년 동안 병마에 시달리며, 대외 활동을 하지 않았던 탓인지 조용히 3일장을 치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일화는 3일내내 지역사회의 동료·후배 사이에서 회자됐다. 미운 정, 고운 정 모두 있었기에 채 한 갑자(만 60년)도 채우지 못하고 가는 그가 너무나 아쉬웠고, 한편으로는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그가 남긴 명확한 과제는 있었다. 케케묵은 지역 언론에 대한 위상과 역할 문제이다.

 

지방자치 탄생과 함께 출발했던 ‘지역 언론’은 30년이 넘도록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여전히 ‘뒷골목을 비추는 가로등’ 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 역시 30년 가까이 ‘기자’라는 이름으로 살아왔지만, 가는 길은 쓸쓸했다.

 

선배가 못다 한 꿈을 후배가 이뤄야 한다지만, 그 길을 가는 후배의 입장에서 녹록치 못한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인터넷 언론의 홍수시대에서, 창피하지만 ‘컨트롤C, 컨트롤V’가 온통 지면을 채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 또한 제대로 기사를 쓴지가 언제인지 모를 정도이다. 기사를 위해 ‘취재’를 하기 보다는 손쉬운 ‘컨트롤C, 컨트롤V’를 택했다.  기사를 쓰기보다 오히려 행정기관 광고가 언제쯤 나오고, 얼마나 나오는지에 더 귀를 기울였다.

 

행정기관 광고 수익을 대충 1년 계산해 보면 최저임금은 되지 않더라고 ‘부업’으로는 최고라는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지역 언론으로 등록을 해놓고, 열심히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하다보면 3년이 갈 것이고, 이후에는 광고가 나오니 적당히 살아도 문제없다는 결론이다.

 

이런 탓에 게으른 후배는 선배들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한마디 말도 못하는 ‘비겁자’가 되고 말았다. 기자로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힘든 세상이고, 또 열심히 기사를 쓴다고 알아주지도 않는다는 자괴감도 한 몫 했을지 모른다.

 

나도 못하면서 남 탓하는 ‘제가 얼마나 잘났기에…’라는 핀잔을 듣기도 싫었다. 그래서 선배 가는 길에 막내기자로서 선배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지역 언론의 자존심’을 지켜내겠다고 약속을 하지도 못했고, 슬프지만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오늘도 담담하게 그 길을 가야 한다. 윤범식 국장이 그랬듯이, 노권영 부장이, 조덕원 사진기자가, 김두수 선배기자가 그랬듯이 동네 기자라는 직함을 가지고, 그저 그런 언론인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야 한다. 언젠가는 알아주는 날이 있겠지 하면서….

 

덧붙이며

이 글은 선배의 죽음을 목격한 후배기자의 통렬한 반성을 적은 것으로써, <분당신문>이 추구하고 있는 편집방향과 매우 다를 수 있으며, 또한 묵묵히 지역 언론의 발전을 위해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기자’ 또는 ‘지역 언론사’를 지칭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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