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 가이드라인·길라잡이 개정에 강사들의 참여를 보장하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분당신문 | 기사입력 2020/10/02 [08:34]

방과후학교 가이드라인·길라잡이 개정에 강사들의 참여를 보장하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분당신문 | 입력 : 2020/10/02 [08:34]

- 당사자인 강사들의 의견을 배제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근거가 만들어질 수 없다

 

▲ 지역 교육청의 방과후학교 운영 가이드라인/길라잡이    

 

[분당신문] 그동안 척박한 교육환경 속에서도 우리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각자의 전문성과 자부심을 가지고 학교를 믿고, 교육청을 믿고, 학생과 학부모들과 서로 신뢰하며 자리매김을 해왔다. 우리는 방과후학교가 사교육이라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으며, 교과교육과 함께하는 공교육의 한 축이라는 큰 자부심으로 여기까지 왔다.

 

관련법도 단체협약도 아직 없는 현실에서 방과후학교 가이드라인과 길라잡이는 운영의 유일한 근거가 되는 지침서이다. 법이 아니라도 학교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근거다. 학교에서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는 담당교사나 실무사, 보조 인력(코디), 수업을 하는 강사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아직 고용이나 처우가 열악한 방과후학교 강사들에게는 절대적이다. 때로는 족쇄나 칼날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기도 한다.

 

현실을 반영하여 매년 조금씩 개정이 되는데, 우리 노조에서는 그동안 매년마다 개정 의견을 내었고, 일정 부분 반영이 되어 강사들의 환경이 나아진 것이 제법 있었다. ‘최대 2년까지 공모 절차 없이 재계약 가능’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일부 지역이지만 임신·출산·장기입원 등의 경우 대체강사를 쓸 수 있게 한 점, 학교의 사정으로 인한 휴업시 강사료를 환불하지 않도록 한 것도 유의미한 성과이다.

 

하지만 매년 개정되는 내용은 강사들에게는 늘 아쉽다. 강사들의 현실과 입장보다는 교사, 관리자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개정 논의 과정에는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전혀 참여하지 못한다. 가이드라인 개정 논의에는 각 시도교육청이 추천한 장학사, 교장, 교사, 그밖의 전문가,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대표 정도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학교의 관리자 또는 비슷한 관계의 이들이다. 그런데 여기에 방과후학교 수업을 직접 하는 강사들이 참여한 적은 없다. 관리자들이 규칙을 정하고, 수업을 하는 직접적인 주체인 강사들은 그저 따르기만 해야 하는 것이다.

 

방과후학교는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가장 잘 안다. 교육의 직접 당사자이고 주체이다. 그런데 개정 논의에 참여를 요구하면 ‘이해당사자여서...’라는 이유를 대며 거부한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교육과정 개편에도 교사들이 참여하고, 학부모 부담 경비를 심의하는 학교운영위원회에도 학부모들이 참여한다. 학교를 새로 만들거나 폐교를 논의하는 데도 지역사회 관계자나 학부모들이 참여한다. 교육부의 중요한 정책을 심의하거나 자문을 받는 데도 교사단체, 학부모단체들이 관여한다. 이들 모두 이해당사자들이다.

 

오로지 방과후학교 강사들만 자신들의 일과 관련된 논의에 어떤 참여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운영 계획을 심의하는 학교운영위원회에도, 교육청과 한국교육개발원의 가이드라인 개정 논의에도 철저히 배제된다. 개인위탁 강사들만 참여하는 것은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하여, 그러면 업체위탁을 하는 위탁업체 대표도 참여하도록 하면 될 것이라고 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교육부와 교육개발원은 언제나 ‘의견을 잘 수렴하고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말한다. 이렇게 약속만 하면 만사형통일까. 올해도 노조에서 여러 곳 가이드라인/길라잡이 개정 의견서를 작성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한숨만이 나왔다. 작성하고 보니 작년에 쓴 의견서와 거의 똑같았기 때문이다. 매년 강사들의 요구를 모아 십여 쪽에 달하는 의견서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전달하지만 바뀌는 것은 별로 없고 다음 해에 또다시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교육청의 담당자를 만나 개정이 필요한 부분을 이야기해도 늘 생소하다는 표정, 그랬냐는 투의 의아함으로 대한다. 그야말로 소귀에 경읽기를 하는, 아니 허공에 대고 외치는 심정이다.

 

방과후학교 강사들을 배제한 지난 논의에서 방과후학교가 어떤 식으로 난도질되었는지 예전의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다. 2018년 6월 교육부에서 ‘학교생활기록부 개선을 위한 시민참여단’ 논의를 했는데, 여기에도 역시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빠졌다. 그런데 이때의 논의자료를 보면 방과후학교를 ‘사교육을 유발하고 학생간 불평등을 야기하는 요소’라고 표현하였다. 방과후학교 강사라면 이 표현을 보고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또 지난 2019년 6월 울산광역시교육청에서 있었던 ‘청렴 방과후학교 원탁토론회’에서도 교장, 담당교사, 행정실장, 업체관계자들만 참여하였고 역시 강사들은 빠졌다. 이때의 논의 보고서를 보면 ‘개인위탁 강사의 경우도 업체 강사들처럼 쉽게 해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방과후학교를 모두 마을학교로 전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도 있다.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빠진 자리에서 방과후학교와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이렇게 난도질당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개정 논의에서도 이렇게 방과후학교와 방과후학교 강사에 대한 왜곡 또는 폄하라고까지 볼 수 있는 이야기가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겠는가. 그 결과로 만들어진 가이드라인과 길라잡이는 또 관리자들만의 입장을 대변하고 강사들에게는 아쉬운 내용이 되지 않겠는가.

 

최근 학교에서도 ‘학교자치’의 바람이 불고 있어 일부 지역에서 조례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학부모들의 교육 참여도 활발해지고 있고, 교사들의 단체들도 다변화되고 있는 마당에, 방과후학교 강사들만 당사자들의 논의에서 배제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관행적으로 그래왔어도 이제는 바꿔야 한다. 교육의 직접 당사자이고 주체인 강사들의 대표를 반드시 논의에 참여시켜야 한다.

 

방과후학교 역시 학교교육의 일부이고 공교육의 한 축이다. 이를 이끄는 유일한 근거인 가이드라인, 길라잡이는 공교육을 이끄는 견인차라고도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방과후학교 관련 법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당장 현실적으로는 방과후학교 가이드라인, 길라잡이 개정을 통한 합리적인 근거 확보와 문제 개선이 당면한 과제이다. 여기에 가장 최전선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방과후학교 강사들을 배제할 이유는 없다. 반드시 강사들의 대표가 논의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 이 글은 2020년 9월 28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가 발표한 성명서 내용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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