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가'라고 썼지만, '종합시장' 또는 '종시'라고 읽는다

김생수 기자 | 기사입력 2021/01/17 [08:15]

'종합상가'라고 썼지만, '종합시장' 또는 '종시'라고 읽는다

김생수 기자 | 입력 : 2021/01/17 [08:15]

- '종합시장'이란 말은 성남의 역사성을 지닌 '고유명사'로 봐야

 

▲ 성남사람은 '종합시장'이라고 부르는데, 엉뚱하게 '종합상가'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분당신문] 어느 날 신흥역 주변을 거닐다 출처가 불분명한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그동안 성남에 살았다고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은 이곳을 '종합시장'이라고 불렀고, 낯선 이들에게는 '신흥역'이라고 불리었던 곳입니다.

 

또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성호시장 근처'라고도 했고, '지하상가 입구'라고도 위치를 알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느닷없이 '# 종합상가'라는 낯선 입간판이 버스 정류장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성남에 좀 살았다는 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종합상가라는 말을 아십니까?"라고. 이구동성, 아무도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 추측컨데, 종합시장이라고 하기에는 현재 존재감이 없고, 중앙지하도상가, 성호시장 등 여기저기 상가들이 있기에 두 말을 합쳐 '종합상가'라고 지어낸 듯 합니다. 그래서 성남사람들은 '종합시장' 또는 '종시'라고 부르는데, 엉뚱하게 '종합상가'라는 말이 탄생했습니다.


어이없는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몇 해전, 창곡중학교와 영성중학교가 폐교 위기에서 통폐합을 했습니다. 이 때도 같은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창곡의 창', '영성의 영'을 써서 '창성중학교'라는 이름이 탄생했습니다. 학교의 역사성, 해당 지역이 가지고 있는 명칭의 의미는 싹 무시한 처사였습니다.

 

지금도 성남누비길을 걷다보면 그곳이 남한산성에 주둔하고 있는 군졸들을 위한 곡식창고가 있던 터(창곡)였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도 어려웠다면 남한산성의 의미를 담은 '남한산중학교'라는 명칭도 더 어울린 학교 이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창성중학교라는 이름이 탄생함으로써 이 두 학교 졸업생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부평초' 신세가 되었습니다.

 

또 한가지 예가 더 있습니다. 혹시 '중파'라는 말을 알고 계시는지요. '중앙파출소'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해당 파출소는 80년대를 살아왔던 민주화 운동의 대표적인 장소입니다. 성남경찰서 산하 중앙파출소는 인근 시청에서 가장 가까운 치안을 담당하는 역할을 했던 곳입니다. 그래서 '중파'는 '종합시장'이라는 명칭과 함께 오랫동안 시민들의 입으로 불렸던 명칭이었습니다.

 

이후 수정경찰서로 명칭이 바뀌면서 해당 파출소도 태평동 일대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기에 '태평파출소'로 한 때 명칭을 바꾼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태평파출소가 어디인지 몰랐습니다. 그냥 '중파'라고 불렀고, 결국, 태평파출소가 아닌, 다시 '중파'로 이름을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오복슈퍼'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들은 '신구대 후문'이라고 하지만, 성남사람들은 늘 오복슈퍼 앞이라고 부르는 이유와도 같습니다. '교보'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예전 '교육보험'을 하던 회사가 나중에 해당 이름과 역사를 그대로 가져와  '교보'라고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종합상가'라는 출처 불명의 말은 철회해야 합니다. 그 곳은 '종시'입니다. 종합시장이라는 말은 성남의 역사성을 지닌 고유명사로 봐야 합니다. 그래야 그곳이 어떤 곳이었는지 나중에 후배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고, 스토리텔링이 만들어집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합니다. 광주대단지사건 50주년을 맞이하는 성남이기에 더더욱 성남만의 고유한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골목길 하나 하나에도 수십년 이어온 시민들의 삶과 연결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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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남토박이 2024/01/11 [11:50] 수정 | 삭제
  • 종합상가?? 종시뻐정에서 만나자고 하면 자연스럽게 종합시장 버스정류장에서 모입니다. 지자체의 탁상행정이 한심합니다.
  • 분당강물 2021/01/17 [11:02] 수정 | 삭제
  • 종합시장이어야 할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중파, 오복슈퍼 등 잠시 잊고 있었던 명칭들이 그립네요. 성남은 오랜 전통들이 별로 없는데 이런것들이라도 계승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