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장 코스요리와 밑반찬이 정갈한 분당 구미동 한정식 '풀향'

도토리묵전, 잡채, 청포묵, 샐러드, 무채국수 등이 소박한 상차림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21/05/04 [15:00]

게장 코스요리와 밑반찬이 정갈한 분당 구미동 한정식 '풀향'

도토리묵전, 잡채, 청포묵, 샐러드, 무채국수 등이 소박한 상차림

유일환 기자 | 입력 : 2021/05/04 [15:00]

- 매일 아침 신선한 재료로 준비하는 30여 가지 반찬과 1만3천원에 즐기는 '한정식' 

 

▲ 분당구 구미동 한정식 '풀향' 입구.

 

[분당신문] 오랫만에 분당구 구미동을 찾았다. 성남시의 남쪽 끄트머리에 위치해 도심 속 조용함을 즐기기에 최적의 동네다. 그런 지형적 위치 덕분에 구미동은 오래된 가게들, 그중에서도 숨겨진 맛집이 많기로 유명하다.

 

동네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 그 곳이 '풀향'이라는 이름의 한정식 전문점이었다. 들어서는 입구는 요란하다. 화분도 있고, 메뉴판도 앞서 나와 있고, '간장게장 한정식 1만3천원'이라는 현수막도 앞을 가리고 있다. 

 

들어서는 입구도 분주하다. 매일 아침 신선한 재료로 준비한다는 갖가지 밑반찬이 반긴다. 가짓수도 많다.  더덕무침, 동태전, 양념꼬막, 갓김치, 시래기나물, 배추 겉절이, 취나물 볶음, 두부조림, 물김치, 양념게장까지 갓 볶아나온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소박한 듯 푸짐한 '풀향'의 한정식은 인기메뉴다.

 

자리를 하고 나면 벽쪽에 나붙은 메뉴판에 눈길이 간다. 가장 위쪽을 차지한 메뉴는 '게장 정식'이다.  게장은 이 집의 대표 메뉴이기도 하다.  이와는 별도로 육개장, 황태탕, 제육볶음 등이 주요 메뉴라고 한다. 

 

이제부터 천천히 '풀향'에서 나오는 한정식의 하모니를 즐기고자 한다. 3단계로 나눠 나오는 풀향의  '느림의 미학'은  하나씩 천천히 기다리면 마침내 평범하면서도 푸짐한 한식 차림이 완성된다.

 

가장 먼저 죽과 물김치가 나온다. 죽은 본식을 먹기 전에 입맛을 돋구워주고, 잘익은 물김치는 약간의 신맛이 가미되면서 입안을 충분히 머금어 식전 에피타이저로 충분한 역할을 담당한다.

 

▲ 메인 요리로 나오는 간장게장과 굴비.

 

그리고, 이내  도토리묵전, 잡채, 청포묵, 샐러드, 무채국수 등이 소박하게 자리한다.  도토리묵전은 도토리가루와 부추가 만나 바삭하게 구워져 나오기 때문에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이 집만의 별미다. 

 

또 하나의 별미는 무채 비빔국수다.  고추장에 무채를 섞어 만든 양념과 모듬 국수가 가진런하게 나온다. 흔히, 비벼 먹기도 하지만  무채 비빔양념에 국수 한 덩어리를 얹어 먹으면 매콤 달콤한 한 입거리가 된다.

 

▲ 가장 먼저 나오는 죽과 물김치, 그리고 도토리묵과 잡채, 무채국수 등 다채롭다.

 

한식에서 빠지면 안되는 잡채와 입가심 역할을 담당할 샐러드, 그리고 녹두묵에 부추와 버섯, 김 등을 섞어 깨를 부려 만든 탕평채도 맛볼 수 있다.

 

여기까지는 밑반찬이라 불린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대미를 장식할 간장게장과 인원 수에 맞게 영광굴비, 그리고 된장찌개가 상위에 오른다. 

 

풀향의 대표메뉴는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이다. 대게가 아니라 돌게를 사용한다. 적당히 먹기 좋게 잘라 나오기 때문에 이빨이 약하신 어르신도 충분히 게장 맛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게딱지에 뜨거운 밥을 올리면 속살과 양념 간장의 짭조름한 맛은 "아, 이래서 게장을 밥도둑이라 부르는구나"하고 감탄하게 된다. 

 

▲ 벽 한쪽을 채우고 있는 메뉴판이 분주하다.

 

마지막에는 시골에서  가마솥 누른 밥에 물을 부어 맛을 그대로 재현한 구수한 숭늉이 나온다.  누른 밥알과 구수한 숭늉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오늘 잘먹었구나!" 를 알려주는 마지막 회심의 카드이기도 하다.  

 

풀향에서 식사를 하고 난뒤 거리로 나서면 한 집 건너 한 집이 카페, 커피숍 등이 길게 줄이 서 있다. 여기도 부족하면 뒷편 무지개어린이공원이 내려다 보이는 2층 카페도 권할만 하다.  하루 중에서 나만이 즐길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시간을 제대로 느껴보는 구미동 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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