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 '난민에 대한 인식' 바뀔 때도 됐습니다

녹색당

분당신문 | 기사입력 2021/06/20 [20:03]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 '난민에 대한 인식' 바뀔 때도 됐습니다

녹색당

분당신문 | 입력 : 2021/06/20 [20:03]

 

[분당신문]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입니다. 전쟁과 내란, 독재와 폭압, 종교적 정치적 박해 등으로 더는 내 나라에 머물 수 없는 지경이 됐을 때,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국경과 바다를 넘어옵니다.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혐오는 극우 정치인들의 주된 선동 소재입니다. 미국의 트럼프나 프랑스의 마린 르 펜 등은 왜곡과 거짓으로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거부감을 자극해, 유용한 선거 전략으로 활용합니다. 

 

2018년 소위 ‘제주 난민 사태’에서 우리는 얼마나 과장된 공포가 쉽게 정당화되는지 보았습니다. 고작 500여 명의 난민신청자로 인해 제주 시민들의 일상이 뒤바뀌고, 치안이 위협받고, 나아가 국가 경제가 출렁일 것처럼 반응했습니다.

 

흔한 오해와 달리 전 세계적으로 난민의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 난민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고 상상되는 유럽의 경우에도, 2018년 EU 난민신청자는 63만여 명이었고 이중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진 사람은 38% 정도였습니다. 이는 유럽 인구 2천500명 중 한 명꼴에 불과합니다.

 

한국의 난민신청자는 이보다도 훨씬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중 난민 인정률은 1% 미만에 지나지 않습니다. 차마 말하기도 부끄러운 숫자입니다. 세게 최대 강대국 모임인 G7에 초대받고, 10대 강국인 D10의 물망에 오르는 나라가 국제적 책임에는 이리도 인색합니다.

 

수많은 실증연구가 저숙련 이주민의 유입이 현지인의 임금과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증명합니다. 이주자들도 현지인과 똑같이 노동하고 세금 내고 소비를 하므로, 정착지 경제순환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됩니다.

 

오히려 이주민은 현지인이 꺼리는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높은 의사소통 능력 혹은 기술적 능력이 필요해 보상이 높은 업무로 현지인의 이동을 촉진하기도 합니다. 이주민과 현지인은 노동시장에서 경쟁보다는, 상호보완적 역할을 하게 됩니다.

 

내 삶의 궁박함과 부조리를 소수자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어떤 면에선 쉬운 길입니다. 사회 구조를 바꾸고 기득권을 깨트리는 것은 어렵고 지난한 일이지만, 눈앞의 약자는 쉬운 표적이며 맘껏 공격하며 울분을 쏟아내면 기분이 나아지는 듯도 합니다.

 

문제는 그것이 사실도 아니고 옳지도 않으며, 무엇보다 내 삶을 손톱만큼도 바꿀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소수자와 약자들이 내 일자리를 빼앗고, ‘공정’하지 못하게 내 몫을 훔쳐가며, 할당제로 부당이득을 취할 것이란 거짓된 공포를 이기면, 그때부터 근본적 개선을 위한 연대가 가능합니다.

 

혐오와 배제를 부채질해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이들은, 오늘도 쉬운 먹잇감을 고를 것입니다. 상대는 난민이나 이주민일 수도, 성소수자나 여성일 수도 있습니다. 순간의 잔인한 만족감과 내 말에 귀 기울이는 듯한 착각을 주는 것 외에, 그 어떤 실질적 변화도 가져오지 못하는 정치인들을 단호히 거부해야 합니다.

 

권리와 인권은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약자들 간의 갈등과 반목을 멈추고, 낡은 편견과 고정관념은 떨치고, 익숙한 오해를 바로잡고, 우리 곁의 난민의 손을 잡읍시다. 난민에 대한 처우와 인식, 이제는 정말 바뀔 때도 됐습니다.

 

※ 이 글은 6월 18일 발표한 녹색당 논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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