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할 고통 “며칠째 소변을 보지 못했다”

50~60대 남성 전립선비대증… 합병증, 심리적 부담까지 감안한 치료 필요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5/05/26 [11:24]

말 못할 고통 “며칠째 소변을 보지 못했다”

50~60대 남성 전립선비대증… 합병증, 심리적 부담까지 감안한 치료 필요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5/05/26 [11:24]

   
▲ 전립선비대증은 성인 남성 7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발병 대상이 중년 남성에게 한정돼 있어 사회 전반적인 인지도가 낮다.
[분당신문] 아내를 여읜 중년의 남자가 딸에게 전화를 걸어 모친의 사망소식을 전한 뒤 비틀거리며 어딘가로 향한다. 남자가 찾은 곳은 인근의 작은 비뇨기과. 의사를 대면하자마자 남자는 “며칠째 소변을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의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간호사를 불러 “이 분의 소변을 시원하게 빼드려라”고 이른다. 간호사 역시 능숙하게 기구를 챙겨 소변을 ‘빼내는’ 작업에 착수한다. 영화 <화장>의 한 장면이다. 안성기가 연기한 영화 속 남성의 병은 전립선비대증. 중년 남성에게는 7명에 한 명 꼴로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이다.

소변은 색깔이나 냄새 등으로 건강 상태를 짐작할 수 있어 ‘건강의 바로미터’라 불린다. 당뇨 환자의 소변에서 단 냄새가 난다는 것은 혈당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일반인의 소변에서 나는 악취는 방광의 염증이 원인일 수 있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는 요로감염증, 신장결석, 방광암, 신장암을 나타내며 소변을 볼 때 뒤따르는 통증은 요로감염증, 요도염 등의 징후일 수 있어 전문가와 함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소변을 너무 자주 보거나 적게 보는 것. 소변의 양이 많거나 적은 것. 모두 건강 이상을 의심해볼 수 있는 현상이므로 적절한 조치를 필요로 한다. 

남성의 경우에는 전립선이 관건이다. 전립선은 방광 바로 아래에 있어 소변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불규칙한 생활, 육식, 흡연, 음주 등의 원인으로 질환에 노출되며 노화 역시 전립선질환 원인 중 하나다. 전립선에 질환이 발생하면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거나 아예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자다가 일어나서 소변을 보는 야뇨, 소변을 본 이후에도 남아있는 잔뇨감 등도 전립선질환이 원인이다. 전립선질환으로는 전립선 비대증, 전립선암, 만성전립선염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전립선비대증은 우리나라 80대 남성 80%가 가지고 있다고 할 정도로 흔한 질환으로, 고령으로 갈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져 고령화시대인 요즘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진료인원 자료에 따르면 전립선비대증은 50대에 들어서 급격히 증가해 60대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2014년 전체 전립선비대증 질환자의 32%에 해당하는 33만 2,012명이 60대에 진료를 받았다.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비뇨기과 김태구 과장은 “전립선비대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상당수가 은퇴를 앞두었거나 이미 은퇴한 분들”이라며 “소변과 관련된 불편감을 내세워 말하지 못하고 병을 키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립선비대증은 각종 배뇨불편을 야기하고 심화되면 아무리 요의가 심해도 소변을 볼 수 없는 요폐로 발전한다. 방광결석, 급성전립선염증, 요로감염, 신부전증 등의 합병증을 일으키는 것도 문제지만 수면부족, 우울감, 성생활 만족도 저하 등으로 이어져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게다가 전립선암 등 중증질환과 증상이 유사해 초기진단과 전문적인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전립선비대증이 일단 시작되면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적절한 운동으로 비만 등의 대사증후군을 관리하고, 과도한 음주나 스트레스를 조절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삼겹살, 튀김 등 고지방 음식은 피하고 과일, 채소 등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되면 커진 전립선으로부터 눌려 좁아진 방광입구를 넓혀주는 약물 및 전립선 크기를 줄여주는 약물치료가 적용된다.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을 경우 수술적 요법을 필요로 할 수 있다.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비뇨기과 김태구 과장은 “합병증 관리가 중요한 전립선비대증은 전문적인 검사와 적절한 처치가 이뤄질 수 있는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구 과장은 또 “전립선비대증이 빈발하는 5~60대 중년남성은 사회로부터 괴리돼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존감이 저하될 수 있는데, 이 시기에 배뇨문제까지 생기면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며 “전립선비대증 치료에 경험이 많은 의료진을 선택해 심리적인 부분까지 감안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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