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자!

2017년 민주주의는 절차가 아니라 인간존엄과 토론이 핵심

백왕순(전 내일신문 기자) | 기사입력 2017/06/08 [07:51]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자!

2017년 민주주의는 절차가 아니라 인간존엄과 토론이 핵심

백왕순(전 내일신문 기자) | 입력 : 2017/06/08 [07:51]

   
▲ 백왕순(전 내일신문 기자)
[분당신문]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잘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하고, 권위적이지 않고, 국민주권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광주 5.18 기념사과 6.6 현충일 추념사는 굉장히 수준이 높았다는 평가다. 사드 대처와 남북관계도 방향을 잘 잡아 풀어나가고 있다. 물론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 정부다. 우리가 향후 5년간 해야 할 일이 있다. 지난 10년 동안 잃어버렸던 민주주의를 다시 회복하고,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는 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독재를 끝내고 민주주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그것은 투표를 통한 직접 선출을 중심으로 한 절차적 민주주의가 핵심이었다. 또한 ‘87년 민주주의’의 내용은 ‘나는 선, 너는 악’, ‘나는 민주, 너는 독재’,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이분법적 흑백논리, 즉 대결구도고 바탕에 깔려 있다.

우리는 ‘87년 민주주의’를 넘어 한 단계 발전된 ‘17년 민주주의’로 나가야 한다. 17년 민주주의는 절차가 아니라 인간존엄과 토론이 핵심이다.

자유주의자든 사회민주주의자든, 호남사람이든 영남사람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든, 소수자든, 장애인이든, 다문화가족이든, 한국사람이든 북한사람이든, 남자든 여자든 모두 천부인권을 가진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개개인의 자발성과 가치가 존중받고, 윤리적으로 대우를 받고, 모든 권리가 차별당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인간의 존엄성의 바탕 위에서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와 토론이 지난하게 진행되고, 공동의 선의 입장에서 합의점을 찾아나가야 한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수준만큼 진전한다. 역사는 길게 보면 변증법적 나선형으로 발전한다. 정권교체는 정치가 발전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 민주주의 수준이 이분법적인 87년에 머문다면, 박근혜와 같은 비상식적인 정부가 또 다시 들어설 수가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대화와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민주주의를 일상적으로 경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와 의회가 힘겨루기가 아니라 토론을 통해 양보하고 합의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토론으로 합의하는 정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민주주의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를 비판하거나 나와 의견이 다를 경우 적대시하는 표현이 아니라 진지하게 토론의 장으로 공론화 시켜야 한다. 또 각자는 문 대통령 지지자 이전에 주권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에게 잠시 우리의 권리를 잠시 위임해 주었기 때문에 잘하면 지지하고, 잘 못하면 주권자로서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진보-보수의 개념을 버릴 생각이다. 대한민국에서 진보-보수는 분단으로 인해 이념적으로 오염된 상태다. 이제 민주주의냐, 비(반)민주주의냐의 잣대로 볼 생각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서로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대화와 토론을 하지 않는 것도 민주주의가 아니다. 문재인정부 5년이 민주주의를 심화확장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어느 누구도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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