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2동 주민은 너무 착합니다

“여기가 분당이었다면"... 누구의 책임일까요?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4/08/11 [08:29]

은행2동 주민은 너무 착합니다

“여기가 분당이었다면"... 누구의 책임일까요?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4/08/11 [08:29]

   
▲ 은행2동주거환경개선사업의 책임자는 누구이며, 언제쯤 끝날까?
   
▲ 도로를 넓힌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상한 도로를 만들어 교통을 방해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흉물로 변했다.
[분당신문] 어느 날 집 앞 골목길이 막혔습니다. 은행2동주거환경개선공사를 하기 때문에 그런답니다.  아이들은 개구멍처럼 생긴 위험천만한 길을 빠져나와 황톳길을 드나들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아랫길을 따라 멀리 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 멀리 새로 지어진 은행2동 주민자치센터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분명 주거환경을 개선한다고 시작한 공사인데 주민들은 불편해 합니다. 옹벽이 생기고, 한마디 예고도 없이 길이 막히거나 없어지고, 아침부터 포크레인 소리에 귀를 막아야 합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철거 과정에서 건물에는 균열이 생겨나고, 수개월째 방치된 공터에서는 흙더미가 흘러 내려와 장마철 가슴을 졸이기도 했습니다.

   
▲ 굳이 안만들어도 될 턱 높은 보행자 도로를 만들어 골목길을 더 좁히고 있다.
   
▲ 마트앞 도로가 붕괴된 것 처럼 흉물스럽게 속 살을 드러냈다.
환경개선을 했다는 길은 엉망입니다. 길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제멋대로입니다. 모양새가 이상한 이단도로가 생겨나고, 한쪽 길은 높고 다른 한쪽 길은 낮아 보행자는 어떻게 다닐지 걱정입니다. 길마다 온통 아스팔트로 덮거나,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될 이차선 도로에 점자블럭까지 깐 보행자 길을 만들어 다니기가 더 불편해졌습니다. 

   
▲ 건물 철거 후 잔해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골목길이 사라지고 넓은 길이 생겨날 줄 알았는데, 대문 앞에 축대를 쌓고 가림막을 설치해 도심 속 섬 같은 느낌입니다. 엘지할인마트 앞은 노후하수관 교체 작업을 한다는 이유로 도로 통제와 더불어 며칠째 도로가 바닥을 드러내고, 몇 미터 밑 편의점 옆은 커다란 구멍이 생겨난 곳을 그냥 매운 뒤 덮어 두었습니다. 위험천만입니다. 그런데도 그게 전부입니다.

   
▲ 노후하수관 공사한다고 안내표시를 한 것이 두 달이 넘었는데, 공사는 이제 시작한다.
   
▲ 철거 이후 대문 앞이 가로 막혔다.
주차장은 언제 지어질지 모릅니다. 수년째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 같습니다. 수개월만에 기존 동사무소를 허물고 그 자리에 뚝딱 만들어 낸 주민자치센터와는 비교가 많이 됩니다. 느려 터진 공사 덕분에 많은 예산을 들여 넓혀 놓은 길을 온통 주차장으로 쓰고 있습니다. 10번 마을버스조차 힘겹게 차량 사이를 헤집고 다녀야 합니다.

   
▲ 축대를 쌓아 집앞을 3미터 가량의 낭떠러지로 만들어 버렸다.
뿐만 아닙니다. 공사는 제멋대로 입니다. ‘언 발에 오줌 누기’입니다. 이곳저곳 다 파헤쳐 놓고, 집중적으로 하지 않고, 선택적 공사로 시간만 보내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보니 은행2동 전체가 공사장으로 변하고, 온전히 마무리한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옛날 서울 봉천동 철거민촌 같은 느낌입니다. 은행동 주민 그 누구도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그 끝을 아무도 모릅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 주거환경개선을 해준다더니 오히려 주거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 어린이 학원 앞에는 공사장 적제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가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여기가 분당이었다면….”  연일 SNS를 통해 광속 행정, 번개 행정을 자랑하고 있는 성남시가 유독 은행2동 문제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지난해 판교 백현마을 4단지 일반 공급 관련 성남시가 LH를 상대로 보여줬던 호기는 오간데 없습니다. 주민들이 원하니 미금역 환승주차장을 만들어 주고, 서현동에 법무부 보호관찰소 들어온다고 하니 성남시가 팔 걷어 부치고 막겠다고 책임지던 모습을 보았습니다.

   
▲ 옹벽을 쌓아 이단도로를 만들고 있다. 주민 통행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은행2구역 사업시행 안내’를 살펴봤습니다. 기존 주택을 철거 후 정비기반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도로(6~20m) 확장, 어린이공원 2개소, 소공원 14개소, 주차장 7개소, 광장 개소, 공공시설 등이 들어온다고 적고 있습니다. 사업기간은 2009년부터 인데, 종료일은 매년 다릅니다. 이제는 2014년 12월로 고쳐졌습니다. 올해 말까지는 완공한다는 말이겠죠.

   
▲ 철거 과정에서 지반이 약해지면서 두 건물이 기울어져 맞붙는 일이 발생했다.
   
▲ 넓혀진 도로 사이로 차량들이 마구잡이식 주차를 하고 있어 마을버스가 힘겹게 지나고 있다.
그렇다면 공사에 대한 책임자는 누구일까요. 발주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시공자는 ‘KR산업’, 시행자는 ‘성남시장(주거환경과)’이라고 적혀있네요. 이토록 은행2동이 난장판이 된 것에 대한 책임자를 구분하자면 한국토지주택공사, KR산업, 성남시장 등 3자라는 뜻입니다.      

   
▲ 골목 길이 막혀 어디로 다녀야 할지 모른다.
   
▲ 건물 해체 후 집 앞이 낭떠러지로 변했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뒤늦게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힘을 모으고 있지만, 3자 모두는 콧방귀도 끼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시행자인 성남시가 적극 나섰다면 이런 사태를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 어떻게 할지 암담할 뿐입니다. 과연, 은행2동은 언제쯤 주거환경사업이 주민들이 만족하는 모습으로 마무리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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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동 주민 2014/08/14 [08:41] 수정 | 삭제
  • 책임지지 않는 행정,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만....
    너무 착한 은행동 주민들을 생각하니 눈문이 납니다. 세월호 특별법처럼 성남시도 은행동에 대해 특별 조례를 만들어 주민들을 위한 완벽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마무리 했으면 합니다.
  • 광주대단지주민 2014/08/14 [00:03] 수정 | 삭제
  • 전국에서 가장높은 인구밀집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여 도로 공원주차장을
    만든다고 8천억원의 시비를 들여서 또다시 새로운 달동네를 만들어내는
    시행정의 슬픈 현실을 보면서 아직도 광주대단지시절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네요.
  • 성난 시민 2014/08/13 [07:59] 수정 | 삭제
  • 2009년부터 시작한 공사이니, 벌써 횟수로 5년이 넘었네요. 그동안 철거부터 시작해 각종 공사로 인해 당했을 은행2동 주민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픕니다. 국민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기본권마저 유린 당한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습니다.
    이럴때 성남시의회는 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성남시장, LH, KR건설 등 3자를 불러 놓고 그동안 수년째 공사를 늦장처리한 것에 대한 책임자을 묻고, 은행2동주민들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 하루빨리 환경개선사업을 마무리 해야 됩니다.
  • 중동주민 2014/08/11 [22:24] 수정 | 삭제
  • 선거때는 굽신굽신
    선거후는 나몰라라
    하기야 하기야 은행동은 개가 나와도 찍어준다
    머 4년동안 저렇게 만든
    민주당시의원2명.민주당시장.민주당 도의원 찍지 않았나
  • 화남무서버 2014/08/11 [13:24] 수정 | 삭제
  • 선거가 끝났응께. 그런감.
    은행2동주민들이 화나면 무서운데. 뿔나기전에 조심해야될거이다.
  • 분당사람 2014/08/11 [10:54] 수정 | 삭제
  • 도대체 이게 어느나라 이야기인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대한민국은 아니겠지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동네가 있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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