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원의 기적을 일궈낸 ‘주민신협 이현배 전무’

성남언론인협회 기획시리즈… ‘협동조합에게 길을 묻다’

성남언론인협회 | 기사입력 2015/09/07 [08:53]

1천원의 기적을 일궈낸 ‘주민신협 이현배 전무’

성남언론인협회 기획시리즈… ‘협동조합에게 길을 묻다’

성남언론인협회 | 입력 : 2015/09/07 [08:53]

“마을과 지역을 위한 대안 찾기에 나서야 합니다”

[분당신문] 1979년 겨울, 수진동 언덕배기에서 떨고 있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그 아주머니는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났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결할까. 한 두 사람이 아닐 텐데….

이현배 주민신협 전무를 비롯한 몇 몇 뜻이 맞는 사람들이 이러한 가난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찾고자 나섰다. 그러던 차에 서울에서 신부가 돈을 걷으러 다니는 ‘신협’이라는 협동조합을 접하게 됐다. 그 곳에서는 ‘상부상조’를 통해 스스로 경제적 자립을 꿈꾸고 있었다. 이렇게 성남에서도 저축에 대한 여유가 없던 시대에 주민교회 47명의 교인들이 모여 4만7천800원으로 ‘신협 운동’을 드디어 시작했다.

쉽지 않았다. “교회가 돈을 빌려줘?”란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이현배 전무가 군대를 제대하고 다시 교회에 왔던 1982년 4월에 ‘주민신협’ 해산 총회가 열리고 있었다. 저금할 사람도 없고, 하루 살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출자금 범위 대출을 하다 보니 규모가 적었다. 상호부조 인식 등으로 돈을 대출한다는 어려움이 해산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성원이 되지 않아 무산됐다.

   
▲ "협동조합을 하기 위해서 적어도 한 사람은 미쳐야 한다"고 말하는 주민신협 이현배 전무.
그 때 이현배 전무는 생각했다  “누군가 한 사람이 미쳐야 한다고….” 신용협동조합의 시작인 수원교구청을 찾아가 일주일 동안 협동조합 교육을 받았다. 그렇게 찾은 대안은 간단했다. 주민신협이 교회 안에 있어서, 주로 교인들만 거래하던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었다. 경제운동으로 지역 밖으로 나가는 협동조합 금융을 추구했다

이 또한 쉽지 않았다. 교회 밖으로 나와야 하는 지역 금융을 말한 지 12년이 지나서야 교회를 벗어나 독립할 수 있었다. 1992년 주민신협의 첫 둥지는 재래시장(중앙시장) 뒷골목에 위치했다. 비로소 주민신협은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철학, 미션, 비전에 따른 변화를 생각했다. 주민과 함께하는 금융으로 자리잡아가면서 이후 12년이 지난 2004년 수정구 태평동 낙원스카이빌로 다시한번 옮겼다.

신협 3층에 주민생활관을 만들었다. 지역사회단체 사무실, 노래교실․요가 등의 문화센터 역할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2014년 주민신협은 더 큰 비상을 꾀했다. 중앙시장 옆 ‘한국관’ 건물을 매입했다. 이로써 주민신협은 명실상부한 지역의 대표 금융으로 자리하게 된다.   

“협동조합은 소수 주주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마을, 지역금융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더불어 문화, 복지, 교육 등을 융합하고, 마케팅․금융상품 마련 등 수익모델을 창출해야 하는 다재다능한 재주덩어리여야 합니다.”

이현배 전무가 말하는 협동조합의 성공 요건은 지역밀착이다. 주민신협 역시 가장 먼저 철재로 동전 교환대(파출업무)를 만들어 시장에서 밀고 다녔다. 상인들에게 사람과 가까이 만나는 신협가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줬다.

둘째로 진념이 보여준 ‘꼬마 금융’의 성공이었다. 주민신협은 2년이 넘게 수진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유팩을 가져오면 재활용노트․휴지 등으로 교환해 줬다. 아이들에게 사회적 가치와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 각 반을 돌며 저금을 받았다. 이런 노력 덕분에 당시 거대 금융이었던 상업은행, 농협과의 ‘스쿨뱅킹’ 경쟁에서 이겼다.

이런 신협 정신은 가족, 세대, 그리고 마을로 이어 나가고 있다. 2004년 신협 직원들로 구성된 해바라기 자원봉사단 구성하고, 여행, 산악회 등 소모임을 만들어 참여했다. 주민생활관 3층은 사회적기업 유스바람개비와 함께 청소년을 위한 도서관으로 꾸몄다. 또한 학교밖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를 비롯해 진로교육, 마을교육복지네트워크 활동을 하고 있다.  

아울러 지점별로 소재한 곳의 주민자치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금융과 마을을 결합시켰다. 사회적 경제 가치를 추구하고자 교육, 복지, 금융, 마을이 함께하는 확대된 개념으로 기존은행과는 다른 공신력을 가지게 됐다.

주민신협은 앞으로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본점이 위치한 한국관 건물을 인수하면서 커다란 마을공동체를 완성시키고자 한다. 4층에는 흩어진 성남지역의 협동조합을 모아 인큐베이팅 과정을 하는 공간으로, 5층은 바리스타를 비롯한 셀프웨딩 등의 공간으로 준비하고 있다. 옥상은 풋살, 야외 예식 등이 가능하다. 그리고 2층에는 마을을 배우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고자 미래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만들기’를 계획하고 있다. 

“대부분 협동조합이 사업을 먼저 생각하고, 교육은 게을리 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각자의 개성을 가진 10인 10색이 모인 곳입니다. 함께하고자 하는 생각을 찾기 위한 많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을과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대안 찾기에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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