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근무여건 나빠졌다"

최근 5년간 근무여건 실태조사…좋아졌다는 27.2%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5/09/14 [11:34]

"교원 근무여건 나빠졌다"

최근 5년간 근무여건 실태조사…좋아졌다는 27.2%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5/09/14 [11:34]

[분당신문] 유‧초‧중‧고 교원들은 대체로 지난 5년간 근무여건은 나빠진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년 이상 근무한 교원들의 경우 명예퇴직을 고려했거나 신청한 적이 있는 사람이 열 명 중 6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명예퇴직 대상이 될 수 있는 30년 이상 근무한 교원으로 한정하면 열 명 중 7명이 명퇴를 고려했거나 신청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태년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경기 성남 수정)이 전국 유‧초‧중‧고 교원 48만8천363명(2014년 기준)중 10.6%에 해당하는 5만1천562명을 대상으로 8월 7일부터 24일까지 교원 근무여건 개선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밝혀졌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5년간 근무여건의 변화에 대한 질문에 있어서는 근무여건이 나빠졌다는 답변이 40.1%(‘매우 나빠짐’ 7.1%, ‘나빠짐 33%)에 달한데 반해, 좋아졌다는 답변은 27.2%(‘매우 좋아짐’ 3.9%, ‘좋아짐’ 23.3%)에 불과해 교원의 근무 여건은 대체로 나빠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 보면 나빠졌다는 응답은 서울, 울산, 대구, 제주의 순서로 많았다. 서울은 57.5%가 나빠졌다고 했는데, 이는 전임‧현임 교육감이 모두 선거 관련 소송으로 교육행정에 전념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던 점, 또 자사고의 대부분이 서울에 몰리면서 세칭 ‘일반계고 황폐화’의 주요 무대였던 점 등이 연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울산은 56.1%, 대구는 54.3%, 제주는 53.2%의 응답자가 근무 여건이 나빠졌다고 답변했다.

근무 여건이 나빠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4만1천187명이 응답했는데, 가장 큰 이유로 ‘행정업무의 과다’(1만5천314명, 37.2%)와 ‘학생 생활지도 어려움 증가’(1만4천13명, 34%)라고 답변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꾸준한 노력에도 행정업무의 부담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고,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어려움도 오히려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12.5%에 해당하는 5천134명은 ‘학부모 등 민원 증가’로 힘들어하는 것으로 답변했다.

반면, 광주, 전북, 전남, 강원, 경기, 세종의 경우는 좋아졌다는 응답 비율이 나빠졌다는 응답 비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는 41.4%, 전북 40.3%, 전남 39.4%, 강원 38.7%, 경기 36.2%, 세종 33%의 응답자가 좋아졌거나, 매우 좋아졌다고 답변했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세칭 진보교육감으로 분류되는 교육감들이 재선을 한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세종은 첫 직선교육감이 뽑힌 지역이다.

근무 여건이 좋아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3만1천622명이 응답했고, ‘민주적 학교문화’(1만962명, 34.7%), ‘수업방식의 자율성 확대’(8천367명, 26.5%)를 가장 주된 이유로 꼽았다. 이는 앞서 지역별 근무여건 변화에 대한 답변을 감안할 때, 직선제 교육감들이 선출된 이후 일부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혁신학교, 교육혁신지구 등 다양한 교육실험들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명예퇴직에 대한 질문에는 전체 교원중 37.5%인 1만9천331명이 고려한 적 있다고 답변했고, 2.4%인 1천229명이 신청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실제로 명예퇴직 대상이 될 수 있는 30년 이상의 교원 5천616명의 답변 결과는 고려한 적이 없다는 응답이 28.1%(1,582명)에 불과했고, 고려한 적이 있다는 답변은 62.2%(3천492명), 신청한 적이 있다는 답변은 8.7%(489명)로 대폭 늘어나, 30년 이상 교원 열 명 중 일곱 명은 교단을 떠나려는 생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이상 교원으로 분석 대상을 확대해도 고려 60%, 신청 5.7%로 나타나, 입직 연령을 고려할 때 40대 중후반 이후의 교사 열 명 중 6.5명이 교직의 지속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명예퇴직 사유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총 2만6천226명의 교원이 응답하여 절반이 넘는 50.3%(1만3천180명)가 ‘직무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다음으로는 ‘연금법 개정으로 미래가 불안해서’ 19.6%(5천142명), ‘교원에 대한 사회적 평가의 저하’가 18.2%(4천774)로 뒤를 이었다. 직무 스트레스는 행정업무 과다, 학생 생활지도 어려움, 권위적 학교 문화, 학부모나 지역사회 등 민원의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식년제이나 무급휴직제가 있었다면 명예퇴직을 신청하거나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운 49.4%에 달해, 경력 있는 교원들이 교단을 떠나기보다는 잠시 쉬며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상관없이 명예퇴직을 신청하거나 고려했을 것이라는 답변은 34.5%였다.

교원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55.8%인 2만8천763명이 행정업무 경감을 이야기했고, 다음으로는 1만8천30명(35%)이 급여의 인상을 꼽았다. 휴직제 등 교원 복지 확대는 1만4천775명(28.7%)로 그 뒤를 이었고, 수업시수 축소 (1만17명, 19.4%), 민주적 학교문화수립(8천588명, 16.7%) 등의 답변이 있었다.

종합하면, 현장의 선생님들은 과중한 행정 업무로 교육과 생활지도라는 교사 본연의 일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함께 학생 생활지도의 비중이 커지고, 외부 민원이 급증하면서 심한 직무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의 교직 경력을 바탕으로 학교 현장의 중심을 이끌어야 할 40대 중반 이상의 교원 10명 중 6명이 교단을 떠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김태년 의원은 “교원의 행정업무 경감은 꾸준히 논의되고 교육부, 또는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다양하게 시도되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근무 여건이 나빠진 첫 번째 이유로 꼽힐 정도로 교육 행정 구조상 그 효과를 충분히 거두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교단을 떠날 생각이 있는 교원들 중 절반은 무급휴직제와 같은 조금의 재충전기간만 있으면 교단을 떠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와 같이 교원들에게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 시급히 도입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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