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링턴 장군과 늙은 사관의 자존심을 생각한다

분당신문 | 기사입력 2012/04/22 [15:05]

웰링턴 장군과 늙은 사관의 자존심을 생각한다

분당신문 | 입력 : 2012/04/22 [15:05]

   
▲ 분당소방서 서현119안전센터 김완성 소방경.
영국의 군인이자 정치가인 웰링턴은 수많은 전투에 참가해 혁혁한 공을 세웠으며, 마침내 1815년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을 물리쳤다. 그 당시 승전기념일에 많은 사람을 초청해 기념파티 개최하였을 때에 발생했던 일화이다.

한 번은 연회장에서 웰링턴 장군의 다이아몬드로 만든 담뱃갑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그러자 만찬회 분위기가 엉망으로 바뀌고 손님들의 주머니를 검사할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때 한 늙은 사관이 화를 벌컥 내며 주머니를 검사하는 것은 손님의 인격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주인으로서 입장이 몹시 난처해진 웰링턴 장군은 손을 내 저으며 없었던 일로 하자며 손님들을 만류했으며 그렇게 해서 파티는 끝이 났다.

해가 바뀌어 또다시 만찬회를 개최한 웰링턴은 전에 입었던 만찬회 옷을 입어보고 그 옷의 호주머니에서 잃어버린 다이아몬드 담뱃갑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무 잘못도 없는 늙은 사관을 의심했던 자신이 몹시 부끄러워진 웰링턴은 그 늙은 사관을 찾아 그때 일을 꼭 사과하고 용서를 빌고 싶었다.

"그런데 담뱃갑을 훔치지도 않았으면서 왜 호주머니 검사를 반대해 다른 사람들한테 오해를 받으시었소?" 그 질문을 받은 늙은 사관은 마침내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부끄럽습니다. 그때 제 호주머니에는 만찬회 음식이 들어 있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며칠째 굶고 있어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는 웰링턴도 늙은 사관을 붙잡고 울음을 터트렸다.

만약에 그 사관이 주머니 검사를 당했더라면 도둑의 누명은 벗었을지는 몰라도 집어넣은 음식 때문에 영국군 사관의 명예는 무척이나 침해되었을 것이다.

수백 년 전에 발생했던 이 사건에서 나는 그 영국군 사관의 그러한 당찬 자존심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눈앞에 보이는 편의와 이익보다는 국가 구성원이 지녀야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이렇게 시작되는 소방관의 기도가 있다.

이는 우리 119 소방대원들이 매일 읽어 가면서 하루의 업무를 시작하는 기도문으로 내가 강한 체력을 갖추고 각종 능력을 갖추어야만 꺼져가는 한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있어서 체력을 액세사리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우리 소방대원에게는 필수적이며 나의 능력 여하에 따라 생명의 불씨가 좌우되는 그런 것으로 수백 년 전에 영국군 사관이 보였던 그 당찬 자존심 앞에 머리가 숙여지는 이유가 그것이다.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비난이나 질타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능력의 한계로 귀중한 생명을 구하지 못하는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119 대원들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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