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봉오동 전투’와 생태경관보전지역 훼손

김금호(한국내셔널트러스트) 사무국장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9/09/26 [16:20]

영화 ‘봉오동 전투’와 생태경관보전지역 훼손

김금호(한국내셔널트러스트) 사무국장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9/09/26 [16:20]
   
▲ 김금호 사무국장

[분당신문] 영화 ‘봉오동 전투’가 추석연휴를 기해 극장가에서 막을 내리고 VOD서비스로 전환됐다.

‘봉오동 전투’의 환경훼손을 목격했던 사람으로 개봉 몇 달 전까지 제작사의 행위를 비판했었고, 종영된 지금도 입장에는 변함없다. 막이 내린 영화임에도, 개봉 전 일어난 ‘봉오동 전투’의 환경훼손 논란에 대해 그 본질이 어떻게 왜곡되고 변질됐는지 언젠가 밝힐 생각이었다. 개봉당시 즉각적 입장 표명을 보류하고 이 시점에 공개한 것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화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 까닭이다.

‘봉오동 전투’는 2018년 11월, 촬영 중 강원도 동강 생태경관보전지역을 훼손해 환경단체로부터 제작 당시부터 비난받았던 영화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를 비롯한 환경단체는 공개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고, 제작사는 재촬영과 자체 사과로 신속하게 상황을 종결하려 했다. 제작사는 환경단체가 사과문 초안 정도만 검토해 주길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8월 초,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봉오동 전투’의 환경훼손 논란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봉오동 전투, 환경훼손에 대해 과태료와 벌금을 강화해 달라’는 내용이 등장했다. 각종 일간지와 인터넷 매체들이 ‘봉오동 전투’의 생태보전지역 훼손을 앞다퉈 보도했고, 네티즌들 비난이 쇄도했다.

뜻밖이었다. 환경단체들이 ‘봉오동 전투’ 제작사의 행위를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을 때만 해도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이 땅을 되찾고자 독립운동을 펼친 선조들의 업적을 영화화한다면서, 도리어 환경을 파괴한 제작사의 이율배반적 행동에 분노한 것일까? 아니면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시민의식의 확산으로 봐야 할까?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봉오동 전투’에 대한 주된 비난의 추이가 다른 목적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경색된 한일관계와 ‘홍범도’ 장군이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라는 점 등으로 이념적 선호도에 따라 찬반을 달리한 것이다. ‘국뽕영화’, ‘좌빨영화’라 규정하는 측에서는 사실상 불매운동을 벌였다.

이에 반대하는 측은 영화를 옹호하면서 환경훼손 문제를 제기한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 대해 ‘듣보잡 시민단체’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제작사의 환경훼손 문제는 그 본질을 벗어나 이념적 도구로 변질되고 있었다. 논쟁이 격화되자 단체에서 발표하지 않은 왜곡된 정보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내용이 ‘봉오동 전투의 촬영으로 보호종인 동강할미꽃이 멸종되었다’는 주장이었다.

   
▲ ‘봉오동 전투’는 2018년 11월, 촬영 중 강원도 동강 생태경관보전지역을 훼손해 환경단체로부터 제작 당시부터 비난받았던 영화이다.

이에 최초 제보한 단체의 활동가로서 ‘훼손된 종은 동강할미꽃이 아니며, 일반 할미꽃 서식지가 훼손된 것이고 멸종으로 보기 어렵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확인해 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영화를 반대하는 네티즌들이 단체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영화를 옹호하는 측은 개봉 직전 포털사이트 영화평점에 ‘민족적 차원에서 꼭 봐야할 영화’로 별점 만점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이 와중에 제작사 감독은 ‘동강이 생태경관보전지역인 것을 알고 즉시 철수했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언론에 흘렸다. 이미 제작사는 이틀에 걸쳐 2차례의 ‘훼손 확인서’에 서명했고, 사실상 동강 촬영분 모두를 끝내고 철수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완성도와 작품성은 감독의 진정성을 뛰어 넘어 존재할 수 있을까. 오히려 감독의 진정성을 뛰어 넘은 건 관객의 평가와 별점이었다. 하지만 그 평가와 별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으며, 악화일로의 한일관계의 호재(?)에도 불구 누적 관객수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찌됐든 말 많았던 ‘봉오동 전투’가 개봉관에서 종영되었다. 영화 한 편이 이처럼 환경훼손 논란을 일으킨 것은 근래 들어 처음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환경보전에 도움이 되는 논란과 거리가 멀었다. 환경은 이처럼 우리사회에서 수단일 뿐,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는 현실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였다. 언제쯤 환경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 의식은 언제쯤 친일과 반일,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진영을 벗어난 중립지역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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