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오대산] 64년 만에 찾아온 이른 한파, 부지런히 올라간 산마루에 붇다가 계셨다

산과 함께 100대 명산 순례', 평창 오대산 비로봉(1,563m)

김정삼 여행전문가 | 기사입력 2021/10/19 [08:25]

[평창 오대산] 64년 만에 찾아온 이른 한파, 부지런히 올라간 산마루에 붇다가 계셨다

산과 함께 100대 명산 순례', 평창 오대산 비로봉(1,563m)

김정삼 여행전문가 | 입력 : 2021/10/19 [08:25]

 

▲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길은 햇살이 그윽하다.

 

[분당신문] 지난 10월 17일 오른 '산과 함께 100대 명산 순례', 평창 오대산 비로봉(1,563m). 겨울 채비를 마친 나무 사이사이, 눈시리게 맑은 하늘이 있더라. 

 

오대산 일원은 사찰 사유지라는 현수막이 스치는 데, "산에 원래 주인이 있었나?"라고 근본 질문을 하게 된다. 사찰 입장료가 비싼 탓. 월정사를 거쳐 상원사로, 중대사자암에 도달해서야 비로소 산행을 시작했다. 

 

▲ 산그리메를 구름띠가 수평선처럼 에둘렀다.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한 현무암으로 계단을 쌓았는데,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이 들머리다. 국내 다섯 사찰 중에 가장 높은 곳에 붇다 진신사리를 모신 성지. 돌계단을 오르다가 산을 오르는 목적에 따라 갈림길에 선다. 왼쪽은 적멸보궁을 찾는 성지 순례자, 오른쪽은 1.5km 남짓 비로봉을 향하는 명산 순례자. 

 

해발 1천여 미터서 걷는 가을 길은 처연하다. 강원도 거개의 산이 그러하듯, 고목으로 누었거나 서있거나, 그나마 살아있는 나무는 잎을 다 떨구어 내고 알몸이 되었다. 바람이 걷어갔을까, 길 위에 낙엽도 쌓이지 않았다. 길 아래 벼랑을 따뜻하게 덮고 있겠지. 

 

▲ 맵찬 바람에도 자리를 지킨 작은 나무가 의지하는, 비로봉 평지.

 

하늘로 솟은 큰 나무가 어느새 사라지고, 계단길이 이어지면 드뎌 정상이다. 맵찬 바람에도 자리를 지킨 작은 나무가 의지하는, 비로봉 평지. 멀리 주문진 마을이 있어, 바다를 보려고 애썼는데, 그 마음을 읽었을까, 산그리메를 구름띠가 수평선처럼 에둘렀다. 영하의 추위에 많은 산객이 와 있다. 코로나19 걱정 말라고, 천연 소독을 하듯이 하늘이 맑고 푸르다.  

 

통나무로 탁자를 만들어 놓아 요기를 했다. ‘산’이 나이테를 세어보더니 112살이란다. 어떤 연유로 이 자리에 놓인 걸까. 얼마 전 환경운동가와 산림 부처가 벌인 벌채논란이 생각 났다. 숲가꾸기를 이유로 30년 이상 된 거목을 베어냈다는 데, 나무산업으로 이익을 보는 이들이 있단다. 

 

▲ 해발 1천여 미터서 걷는 가을 길은 처연하다.

 

하산은 설레임으로 후다닥 내려왔다.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길은 햇살이 그윽하다. 빼곡한 연등 행렬과 석가모니불을 부르는 노래, 찬 바닥에서 경배하는 수행자. ‘산’에게 부처상을 찾으라고 하자 사찰 뒤편을 가리킨다. 불탑을 새긴 작은 비석 아래, 진짜 붇다의 몸을 모신 걸 안다. 

 

아버지가 붇다를 만나려고 인도를 다녀왔다고 하니 아들이 알은체를 한다. 2천500여 년 전,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넘어, 인류를 위해 마음관리 기술을 남겨주신 분, 언젠가 그 발자취를 아들과 걸어야 한다. 조만간 기회가 있지 않을까. 

 

지난 4월에 50번째 비슬산 이후에 6개월만에 65번째를 다녀왔으니 1달에 3번, 돌아봐도 부지런히 다녔다. 순례자 ‘산’에게 게임 선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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