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옹고집전이 시의회와 집행부가 시민들에게 각인시켜준 불유쾌한 잔영들의 조합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
지난해 말 성남시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겪었던 시의회로서는 2013년을 맞아 심기일전으로 집행부에 대한 주민의 대변자이자 견제·감시자라는 본분의 역할에 충실하기를 시민 모두가 바란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올해부터라도 시의회와 집행부는 그동안 보여왔던 사사건건 대립과 반목에서 벗어나 상호 존중의 자세로 상생의 파트너이자 시민들의 공복으로서 그 역할을 다해주기를 시민들이 기대한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윤길 의장을 비롯한 시의회 의원들과 집행부의 최고책임자가 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상대방을 타도의 대상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겸손한 자세부터 갖추지 않으면 모든 게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행부인 성남시가 이번 시의회 임시회에 처리를 요청한 안건들을 살펴보면 과연 시의회와 집행부가 시민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들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말 준예산 사태를 촉발시켰던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 도시개발공사 설립조례안은 지난 회기에서 보류처리된 상황이어서 여전히 이번 회기의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또한 그동안 4번이나 부결됐던 위례신도시 분양아파트 사업건 등이 부의안건으로 상정돼 처리여부를 놓고 여야간에 벌써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의 경우 이번 임시회에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용역발주를 위한 예산이 처리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장이 과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을 강행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4번 부결된 위례신도시 분양아파트 사업건 재처리 요구 전운 감돌아
이런 상황에서 집행부가 두 달도 채 안돼 다시 이번 임시회에 핵심 쟁점인 위례신도시 분양아파트 사업건을 상정해 처리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집행부의 수장인 성남시장의 핵심 조례안들에 대한 의중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열렸던 임시회와 비교해 볼 때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의회내 다수당인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마찰이 지난해 말, 올해 초 예산안 처리과정에서처럼 재현될 수밖에 없는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시장의 위례신도시 분양아파트 사업건과 도시개발공사 설립이라는 두 안건에 대한 끝없는 처리 요구는 어찌보면 자신의 정책집행에 대한 강한 의지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대방인 시의회의 존재감을 인정하지 않는 ‘독불장군식 밀어붙이기’에 다름 아니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끝없는 도시공사설립 처리요구, 독불장군식 밀어붙이기라는 오해사기에 충분
이번 시의회 개회 소식을 들으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고전소설이 떠올랐다. 작자 미상의 조선시대 작품인 ‘옹고집전’이다.
“옛날에 황해도 옹진골 옹당촌에 한 사람이 살았는데, 그 사람의 이름은 옹고집이었다. 성이 옹이고, 이름은 고집이었다. 옹고집은 이름처럼 고집을 많이 부렸다. 예를 들어, 사소한 일에도 떼를 쓰기도 하고, 심술을 부리는 등 고집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하루는 월출봉 취암사에 사는 도사가 학 대사를 불러 옹고집의 집에 가서 혼내주라고 하였다. 옹고집은 학 대사를 볼 것도 없이 매몰차게 쫓아내 버렸다. 화가 난 학 대사는 짚으로 옹고집의 생김새와 비슷한 허수아비를 만들어 주문을 외우자 옹고집과 똑같은 사람이 생겨났다. 가짜 옹고집이다. 가짜 옹고집은 진짜 옹고집의 집으로 갔다. 하지만 진짜와 가짜가 너무 똑같았기 때문에 가족들도 알아보지 못하고 있을 때, 구불촌 김 별감이 관가에 가자고 제안했고, 관원들도 알아보지 못하였다.
하지만, 가짜의 훌륭한 말솜씨 때문에 가짜 옹고집이 진짜 옹고집으로 선택받았다. 그렇게 가짜 옹고집이 진짜 옹고집으로 지내면서 생활하는 동안 쫒겨난 진짜 옹고집은 온갖 고생을 다한 뒤 도사에게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진짜 옹고집의 부인은 기겁을 한 채 가짜 옹고집이 있는 사랑채에 달려가 보았는데, 그 곳에는 짚으로 만든 인형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이다.
고전소설 대부분이 권선징악을 목적으로 지어진 작품이어서 그런지 이 옹고집전도 결국에는 주인공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뒤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식으로 끝난다. 결국은 쓸데없는 고집은 자신을 추락시켜 패가망신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깨닫게 해주는, 즉 경각심을 고취해주기 위해 쓰여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옹고집전이 성남시의회의 이번 임시회 개회와 맞물려 떠올랐다는 자체가 그동안 시의회와 집행부가 시민들에게 각인시켜준 불유쾌한 잔영들의 조합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고집부릴 때와 물러설 때를 현명하게 판단할 줄 알아야 진정한 리더
따라서 중앙이든 지역이든, 의회든 집행부든 간에 무릇 지도자 즉 리더는 고집을 부려야 할 때와 물러설 때를 놓고 현명하게 판단할 줄 알아야 진정한 리더로 평가받는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더라도, 상대방이 ‘아니오’라고 반대한다면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고민하고 성찰하며 자신을 낮추는 자세를 보이고, 진중하게 때를 기다릴 줄 아는 것이야말로 바로 ‘현자(賢者)의 리더십’이 아닐까.
오히려 옹고집전의 주인공처럼 나중에 뉘우치고 후회하는 스타일이라면 그건 리더라고 칭할 수가 없다. 소인배(小人輩)라는 손가락질에도 유구무언(有口無言)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해에는 ‘성남에서 현자(賢者)의 리더십을 기대하는 것은 무망(無望), 그 자체’라는 소리를 주변에서 더 이상 듣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울러 시민들도 성남판 ‘신옹고집전’의 재연(再演)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 굴뚝같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