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지금부터 20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탤런트이자 여배우인 신신애가 부른 노래가 대히트를 친 적이 있다.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제목의 노래였는데 지금 기억해도 가히 열풍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 유권자들은 평소에도 현미경을 가지고 짜가 정치인을 구별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대로 산다/ 야이 야이 야들아 내말 좀 들어라/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엊그제 차를 타고 가던중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수많은 유형의 군상들이 이런 저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세상에는 어찌된 일인지 진짜보다 짜가들이 판을 치는 경우가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더 우스운 것은 경우 바르고 순리대로 살아가려는 대다수의 선량한 사람들보다 이런 짜가들이 더 잘나가고 돈도 더 많이 벌어가는 것을 볼 때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는 점이다.
진짜들 보다 짜가들이 더 판치는 현실이 요즘 같은 ‘요지경’ 세상
‘짜가’는 다름 아닌 가짜들, 짝퉁들을 지칭하며, 음운도치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특히 정치판에서 이런 짜가들을 흔히 볼 수 있다는 게 정치가 불신을 받는 이유중의 하나이다.
감언이설(甘言利說)로 현혹하는 세치 혀의 장난을 일반 대중들이 비로소 깨달았을 때는 이미 그 짜가 정치인이 선거에서 당선되어 공직에 올라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잡고 있기에 별다른 손을 쓸 수 없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욱이 그렇게 권력을 틀어쥔 짜가는 그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다. 교묘하게 법을 이용하는가 하면 국민 혹은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철저하게 사유화(私有化)한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국민 내지는 시민이 주인이고 짜가 자신은 머슴이라고 떠들어대고 각종 표어도 큼지막한 현수막을 만들어 백성들 눈에 잘 보이는 곳에다 도배를 한 듯 걸어둔다. 문제는 겉과 속이 다른 위장의 달인인 짜가를 일반 국민, 시민들이 구별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데 있다. 짜가 정치인의 현란한 말솜씨에 그 말이 맞는 줄로 착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현란한 말솜씨에 속아 짜가 정치인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 어려움
성남의 경우는 어떤가. 신신애의 ‘세상은 요지경’에 나오는 가사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수도권의 거대도시로 성장을 거듭한 성남에는 특히 짜가들이 판을 친다는 자조(自嘲)섞인 말들이 회자되는 것을 보노라면 더욱 그렇다.
얼마 전 영화배우 김부선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유부남이면서 총각이라고 속여 자신을 일년여를 농락한 피부가 하얀 가짜총각이 성남에 살고 있다’고 언급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던 것을 기억한다.
김부선씨가 언급한 정치인 출신의 가짜총각도 짜가의 대표선수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가짜총각은 가면을 쓴 채, 짜가가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 시민을 위하는 정치인인 것처럼 활개를 치고 다니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세상은 요지경 속인 것이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는 노래 가사가 다시금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교활한 웃음을 지으며 선(善)한 목자(牧者)를 자처하는 제스처를 취한다 하더라도 가면은 벗겨지기 마련이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밤이 깊으면 새벽이 오는 이치를 짜가도 막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순리이고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부른다.
짜가 정치인은 마땅히 구별돼 정치판에서 퇴출되어야 마땅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우리가 살고 있고 또 앞으로 우리의 후손이 살아갈 세상의 순리(順理)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짜가 정치인을 구별해 정치판에서 영구히 퇴출시키는 것이 '사필귀정'
4.24 재·보선이 끝난 이제 가깝게는 오는 10월 재·보궐 선거에서부터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예정돼 유권자들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기회는 바로 이때다. 민초(民草)들이 짜가 정치인을 정치판에서 영구히 퇴출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짜가 정치인의 현란한 말솜씨를 가능하게 하는 세치 혀의 장난에 놀아나서는 결코 안된다.
두 눈을 부릅뜨고 누가 ‘짜가 정치인’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여배우 김부선의 언급대로라면 성남에 산다는 그 가짜총각의 짜가 정치인도 당연히 선거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출마할 것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그렇게 된다면 공은 유권자인 시민들의 손으로 넘어 오게 된다. 예리한 관찰력의 혜안(慧眼)으로 누가 짜가 정치인인가를 골라내 정치판에서 솎아내는 ‘피플 파워’(pepole power)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이 무서운 줄을 알 것이고, 다시는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의 짜가 정치인 행세를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유권자들이 깨어 있어 그동안 누가 패륜 행각을 벌였고, 누가 짜가 정치인인지를 구별해 선거를 통해 엄중한 심판을 내리는 길만이 당초 취지에서 퇴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지방자치를 지역주민들의 손으로 찾아와 바로세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평소에도 현미경을 가지고 짜가 정치인을 구별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짜가 정치인의 교활한 말장난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미래와 희망을 도둑질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