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견명찰(遠見明察) VS 육참골단(肉斬骨斷)

멀리 보고 살피지 못한 자신을 원망해야 하는 처지로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21/01/03 [09:25]

원견명찰(遠見明察) VS 육참골단(肉斬骨斷)

멀리 보고 살피지 못한 자신을 원망해야 하는 처지로

유일환 기자 | 입력 : 2021/01/03 [09:25]

▲ 유일환 기자    

[분당신문] 새해를 맞아 자신의 뜻을 전하는 한자 사자성어를 인용, 결의를 다지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두개의 한자성어가 있다.

 

그 하나는 은수미 성남시장이 밝힌 ‘원견명찰(遠見明察)’이다. ‘원견명찰’은 ‘멀리 보고 밝게 살핀다’라는 뜻으로 한비자의 고분(孤憤) 중 “지혜로운 사람은 반드시 멀리 보고 밝게 살핀다(智術之士, 必遠見而明察)”라는 구절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촘촘하고 사려 깊은 행정을 펼쳐나가겠다라는 의지 표명이다.

 

하지만, 이런 말이 나오자마자 은수미 시장은 연일 부정채용 특혜의혹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그 중에서 공익제보자 역할을 자청하면서 등장한 은 시장의 비서실 전 근무자가 밝힌 ‘육참골단’이라는 한자성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육참골단(肉斬骨斷)은  ‘상대로 하여금 자신의 살을 베개 하는 대신, 자기는 상대방의 뼈를 자른다’라는 뜻이다. 즉, 작은 손실을 보는 대신에 큰 승리를 거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전술의 한 가지다.

 

이 두 가지 한자성어를 놓고 봤을 때  은수미 시장은 같이 일했던 비서실 직원의 공개적인 폭로가 더해져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혼란에 빠져 있다. 엎친데 덮진 격으로 시민단체 마저도 은 시장이 시정에 대해 “시를 운영하는 선장이 지방분권과 자치, 시정에 대해 턱없이 부족한 경험과 이해 부족으로 시정 운영에 대한 방법론도, 의지도, 시민에 대한 애정도 없었다”며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은 시장이 밝힌 ‘원견명찰’은 아무런 의미와 깊이도 없는 선언적 의미에 불과한 말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멀리 보고 살피지 못한 자신을 원망해야 하는 처지로 역전됐다. 시정도 마찬가지였다. 어공(어쩌다 공무원, 임명직)과 늘공(늘 공무원) 사이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런 탓에 지금까지 거쳐간 몇 명의 어공들은 은 시장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터진 이모 비서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멀리 보는 혜안으로 자신의 사람을 챙겼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로 보인다. 결국, 은 시장 측근에서 시작된 문제가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해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육참골단’을 외치며 이모 전 비서관은 연일, 자신의 SNS를 통해 결사항전의 뜻을 보여주고 있다. ‘적폐청산, 아수라 성남시 대청소, 기득권을 잡은 진보의 부패’ 등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음성 파일, 문자 메시지 등을 하나씩 공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도 해당 비서관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고, 앞으로 수사 진행 여부에 따라 부정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에 대한 수사와 성남시청 압수수색 등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예고하듯 발표하고 있는 이 비서관의 초점은 은수미 시장에게 맞춰져 있다.

 

한 비서관일 쏘아 올린 ‘공익 신고’가 성남시정 전반을 흔들고 있기에 어수선한 분위기는 당분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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