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신문] “이 정도 혼내는 건 괜찮지 않나요? 아이가 이렇게 잘못하는데 가만히 두는 게 오히려 학대 아닌가요?” 필자가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으로 일하면서 심심치 않게 들어 본 질문들이다. 학대행위자로 만난 부모가 아동학대의 정의를 물어 답변하면, “그런 것이 학대라면 대한민국에 아동학대 안 하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라고 반문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아동학대와 관련한 제도적 변화가 상당히 급진적으로 이루어졌다. 2020년 3월에는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그해 10월부터 기존에 민간 기관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수행하던 아동학대 현장조사와 조치 결정을 지자체 소속인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수행하게 됐다. 이어 2021년 1월에는 아동학대 행위자들이 자신을 변호하는 근거로 삼기도 하였던 민법 제915조의 자녀 징계권도 폐지되었다. 이로써 ‘가정사’로 불리며 은폐되기 쉬웠던 가정 내 아동학대 사건에 국가가 공권력을 가지고 개입하게 되었으며, 훈육을 빙자한 자녀 체벌이 공식적으로 금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자녀를 매로 다스리는 것, 따끔하고 자극적인 단어들로 정신이 번쩍 들게 혼을 내는 것이 훈육이라고 주장한다. 아이들의 권리 의식 및 아동 보호 체계와 제도들, 사회 인식들은 선진적으로 변화되고 있지만 어린 시절 체벌의 경험이 있는 부모들은 학대와 훈육을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오늘날에도 구시대 인식에 머물러있는 부모들은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인 체벌이 가장 효과적인 지도 방법이라고 믿고 있는데, 필자는 사례관리 현장에서 이들에게 긍정 양육을 제안해오곤 했다.
긍정 양육이란 아동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며 부모와 자녀 간 상호 소통과 이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양육 방법을 의미한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 앞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언성을 높이는 것이 습관이 된 부모가 하루아침에 긍정 양육을 체내화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를 먼저 존중할 때, 자녀가 부모를 존경하게 된다는 것을 믿고 노력한다면 부모와 자녀 모두 훈육의 의미를 전과 다르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사랑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담당했던 사례 중 한 가정이 떠오른다. 남편에게 가정폭력, 사기를 당해 이혼한 청각장애인 아동 모가 혼자서 자녀들을 양육하는 가정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게 되니 청각장애인인 아동 모는 사람들의 입모양을 보지 못해 의사소통이 어려워 일자리에서 줄줄이 실직을 하게 되었다. 우울해진 아동 모는 현실의 어려움과 자녀들의 사춘기 반항으로 갈등이 심해져 아동학대가 발생했다. 이것을 계기로 이 가정이 우리 기관을 만나게 된 것이다.
필자는 아동 모와 긍정 양육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긍정 양육의 효과를 믿지 않고 아이를 때려서 지도하지 않으면 더 엇나갈 것 같다는 불안이 있었으나, 아동 모의 변화를 아이들이 먼저 느끼고 “엄마와 같이 있는 것이 전보다 더 편안해졌다.”라며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훈육하는 주체인 부모의 밑바탕에는 언제나 사랑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문제와 마주쳤을 때 순간적으로 화가 나는 감정보다 그 밑바탕의 사랑을 중요하게 여기고 접근하니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반응이 천지차이로 달라진 것이다.
훈육이란 자녀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부모가 바로잡는 행위로 이해하기도 하나, 명확히는 ‘품성이나 도덕 따위를 가르쳐 기름’이라는 의미이다. 자녀가 미숙하여 저지른 실수를 직면하고, 인정하고, 반성하고, 미래에 비슷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배우는 결정적인 순간일 것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가지는 여러 가지 감정 중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사랑을 먼저 생각하는 긍정 양육으로 접근했을 때, 그 과정에서도 자녀가 부모의 사랑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더 나아가 이런 사랑을 느끼고 자란 자녀들이 부모가 되었을 세대에는 아동학대 없는 대한민국이 되어있기를 기대해 본다.
* 경기성남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복지법 제45조(아동보호전문기관의 설치)에 의거해 설치됐으며, 제46조에 의거해 학대받은 아동의 발견, 보호, 치료, 의뢰, 개입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