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기 승천 전설 간직한 이매동, 그 동네 '집터 다지는 소리' 들어볼까나?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5/24 [08:21]

이무기 승천 전설 간직한 이매동, 그 동네 '집터 다지는 소리' 들어볼까나?

유일환 기자 | 입력 : 2024/05/24 [08:21]

동아줄 꼬고, 가래질 성토 작업 마치면 '지경다지기' 펼쳐 … 고된 작업 힘이 될 '양산도타령' , '방아타령', '장대타령', ' 잦은방아타령'까지. 선소리꾼 선창에 맞춰 지경꾼 후렴   

▲ 성토(가래질) 작업을 마치면 본격적인 지경 다지기가 시작된다.

 

[분당신문] '이무술'은 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의 옛이름이다. '이무기 승천'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는 이 동네 '이매동'에는 오래 전부터 노동요인 '집터 다지는 소리'가 전승되어 오고 있다. 

 

자녀가 결혼하여 분가하거나 새로 집을 짓게 되면 집터를 고르고 지반을 튼튼하게 다진 후 그 자리에 집을 짓는다.  이를 '지경 다지기'라고 한다. 이 때 안전사고 예방과 오래도록 복을 누리기 위해 평안을 기원하는 고사와 덕담을 내용으로 소리를 부르며 작업했던 것을 이매동에서는 '이무술집터다지는소리'라고 했다.

  

집터 다지기는 주로 밤에 이뤄진다. 마을 사람들이 낮에는 농사 일을 하고, 터주신이나 귀신은 밤에 움직인다고 믿어 밤에 행해야 액신을 쫓아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 흥겨운 소리로 고된 노동을 잊게 해주는 선소리꾼.(맨 우측이 방영기 이사장이다.) 

 

집터 다지기 위해서는 터 주인이 술과 안주를 푸지하게 장만하고, 지경돌과 햇불을 준비해 둬야 한다. 이 때부터 일을 마친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고사 술상을 준비해 "동티(탈)나지 말고,  큰 부자가 되게 해 주시옵소서"라고 빈다. 

 

술을 사방에 뿌리고 동네 사람들이 한 순배 술을 마시고, 햇불을 켜 들면 동아줄을 꼬고, 가래질을 하면서 터 다지기는 시작된다. 이때 가족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면서 집터를 다졌던 노동민속놀이가 바로 '이무술집터다지는소리'다.  

 

먼저, 선소리꾼이 선창을 하면 지경꾼들은 후렴으로 박자를 맞춘다. 동아줄 고는 소리, 성토(가래질 소리)로 이어진다. 본격적으로 지경 다지기가 펼쳐지면서 소리는 더욱 흥겨워 진다. 초지경(양산도타령), 중지경(방아타령, 장대타령)에 이어 종지경(잦은 방아타령)까지.

 

고된 작업이지만 흥에 겨워 힘든 줄 모르고 신망나게 일할 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의 화합과 협동심을 발휘하는 '이무술집터다지는소리'가 마을 전체로 울려 퍼진다.   

 

▲ 본격적인 '지경 다지기'에 앞서 동아줄을 꼬는 등 작업 준비가 한창이다.

 

성남시 향토문화유산 제15호 '이무술집터다지는소리 보존회' 방영기 이사장에 따르면 이무술집터다지는소리(일명: 지경다지기)는 1982년 성남문화원이 마을 주민 고증을 바탕으로 발굴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본격적으로 1983년 3월 27일 전문가 및 관계기관 감수를 거쳐 마을주민과 함께 시연회를 하면서 향토 유산 발굴.복원에 성공했다. 그 결과로 1985년 경기도 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1989년 분당신도시 건설로 성남의 농촌지역이었던 이매동 일대가 현대화된 아파트로 변모하면서 다시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나, 2000년대 이후 다시 활발한 활동을 시작하면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 2000년 청소년민속예술제 노력상, 2013년 경기도민속예술제 예술상, 2016년 전국 국악예술작품 장원, 2019년 경기도민속예술제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 5월 23일에는 야탑역 광장에서 성남시민을 대상으로 성남시향토민속놀이 1차 공연의 일환으로 '이무술집터다지는소리' 공연을 펼쳤다.

 

이처럼 '이무술집터다지는소리'는 성남시를 대표하는 민속놀이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고, 드디어 2017년 1월 17일 성남시 향토문화유산 제15호로 지정되어 보존회 50여 명 회원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24년 5월 23일에는 야탑역 광장에서 성남시민을 대상으로 성남시향토민속놀이 1차 공연의 일환으로 '이무술집터다지는소리' 공연을 펼쳤다. 

 

김대진 성남문화원장은 "성남시의 전통문화를 발굴하고 연구하여 후세에 전승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성남문화원은) 도시화의 물결 속에서 잊혀지고 사라져 가는 향토 문화 보존 전승 사업의 일환으로 ‘이무술 집터 다지는 소리’를 비롯해 ‘오리뜰 농악’과 ‘판교 쌍용거줄다리기’와 같은 성남의 전통 민속놀이를 구준히 복원·재현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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