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생의 배움을 존중하고 실현하는 성남교육의 미래를 상상하다

박은주(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성남지회장

분당신문 | 기사입력 2024/06/16 [19:58]

모든 학생의 배움을 존중하고 실현하는 성남교육의 미래를 상상하다

박은주(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성남지회장

분당신문 | 입력 : 2024/06/16 [19:58]

▲ 박은주(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성남지회장

[분당신문] 최근 성남 시내 도처에 과학고, 영재고 유치를 위한 현수막이 정당을 가리지 않고 경쟁적으로 도포되고 있으며 관련하여 각종 간담회와 공청회 소식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특히 실질적인 추진기관의 신상진 성남시장과 오찬숙 성남교육장이 과학고 유치를 위한 업무 협약과 실무협의체를 구성하여 곧 회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합니다.

 

지역의 정치인이나 기관장들까지 성남시 과학고 유치가 지역의 각종 현안을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이나 되는 듯이 교육특구이자 부동산 특구인 제2의 대치동을 꿈꾸며 모두 매달리고 있는 현실이 매우 개탄스럽습니다. 

 

과연 과학고나 영재고가 설립되면 성남이 제2의 대치동으로 부상할 수 있을까요? 

 

정작 강남구에는 영재고도 과학고도 없습니다. 그러나 전국의 과학고, 영재고 진학 1위 지역은 서초·강남구입니다. 과연 성남시에 영재고가 설립되면 성남의 학생들이 생각처럼 활발하게 진학할 수 있을까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서울의 교육특구 학생들을 위해 성남시와 경기도의 예산을 지출한다고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입니다. 경기과학영재고는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에 있습니다. 해당 지역에 송구한 말씀이지만 송죽동이 여러분이 생각하는 제2의 대치동 수준의 지역이 되었습니까?

 

더 엄밀히 말하면 해당 지역의 학생들은 경기과학영재고가 그림의 떡입니다. 우리 동네에 과학고나 영재고가 있다고 해서 지금 생각하시는 대로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남은 강남 인근 지역이기 때문에 강남 학생들이 오고 가기 편한 지역일 뿐이죠.  

 

서울의 교육특구 100명이 성남지역의 학교에 진학한다고 해서 긍정적으로 변할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성남지역 학생들의 교육의 기회를 앗아가고 그림에 떡인 과학고, 영재고를 보며 상대적 열등의식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최근 4년간 300명이 넘는 학생이 영재고와 과학고에서 의대 진학에 불이익을 주자 중도 이탈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누군가의 기회를 박탈하고 입학한 학생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떠나고 있는 영재고, 과학고 유치가 성남시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 정책인지 도저히 이해가 어렵습니다.

 

생각해야 할 불행한 진실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성남시의 고등학교들은 무엇을 해도 인근의 과학고나 영재학교를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이며, 성남시의 중학생과 학부모들은 과학고, 영재고 진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사교육에 쏠릴 것이며, 거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목표를 위해 막대한 사교육비를 쏟아 부을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합격의 행운을 가져오기라도 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학생도 학부모도 이른 시기에 좌절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입시 과열이 조장되고 중학교 교육은 동시에 피해를 입게 되며 학생들의 발달단계에 맞는 성장이 더디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지나친 사교육 열풍이 현재 우리나라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저 출산율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너무도 극명하게 인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물며 해당 학교를 신설하는데 3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고 설립 이후에도 해마다 수십억 원의 예산이 지출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 예산이면 성남시 모든 고등학교 공교육의 질을 높여 모든 학생들의 학습권을 충분히 존중하고 보장할 수 있습니다.

 

성남 학생으로 선발되지도 않을 주로 외부 학생들로 구성된 과학고, 영재고 100명의 상위권 학생 챙기자고 성남교육의 근간을 흔들어야 하겠습니까?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설립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하니 이제는 일반고를 과학고로 전환한다고 합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일반고는 과학중점학교일지라도 과학고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과 기자재와 인력이 매우 부족합니다.

 

따라서 해당 학교는 개교하자마자 전국 꼴지 과학고가 될 것이 자명합니다. 또한 전환되는 학교의 경우 해당 학교에 이미 다니고 있는 2~3학년 학생들과 1학년 과학고 학생들 간의 위화감이 조성될 것이고, 전환기에 교원 수급을 과학고 수준으로 맞추는 데 인원수와 전문성을 확보함에 있어 막대한 어려움이 따를 것입니다.

 

이러한 극한의 어려움이 예고됨을 알면서도 집값이 상승한다는 근거없는 추측으로 서로 자신이 사는 지역에 과학고를 유치하겠다고 갈등하고 경쟁하는 지역 이기주의가 팽배할 것입니다.

 

이는 지역의 통합과 발전을 저해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학군 배정이 아닌 난이도 최강의 시험문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가 설립되면 주변 집값이 진정 상승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지역의 민생을 돌보아야 하는 지역의 정치인들과 각 기관장들이 올 인하고 있는 과학고, 영재고 유치는 결국 허상일 뿐입니다. 

 

무엇보다 중학교에는 자유학기제가 고등학교에는 고교학점제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있어 지역의 인적·물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또한 자유학기제나 고교학점제는 지역의 지원 규모와 노력에 따라 학생들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육 제도입니다. 오히려 성남시의 중·고등학교가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여 학생들의 진로와 진학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 지역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지원 방안은 고사하고 과학고, 영재학교에 정신이 팔려 허상을 쫓고 있는 분들이 과연 성남시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지금이라도 현실을 자각하고 모든 학생의 배움을 존중하고 실현하는 성남교육의 미래를 상상하고 추진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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