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성남人, 김하종 신부 “아무도 찾지 않을 때까지 이 일을 놓지 않겠다”

김정진 성남문화원 사무국장

분당신문 | 기사입력 2025/02/10 [15:04]

오늘의 성남人, 김하종 신부 “아무도 찾지 않을 때까지 이 일을 놓지 않겠다”

김정진 성남문화원 사무국장

분당신문 | 입력 : 2025/02/10 [15:04]

‘오직 사랑, 그리고 주님과 가난한 내 형제자매들을 향한 섬김만 있을 뿐, 다른 것은 없습니다.’

▲ 노숙자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안나의 집' 김하종 신부.

 

[분당신문] 2025년 을사년 설날을 앞두고 김하종 신부는 페이스북을 통해, “며칠 전부터 설 명절을 홀로 맞아야 하는 노인의 고독…. 사랑하는 친구들은 한 끼 식사를 하기 위해서 오랫동안 눈과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줄을 서느라 고생하고 있어 마음이 아픕니다.”

 

설날에는 “우리 사랑하는 친구 분들이 오늘 551명이 왔습니다. 행복한 날을 보내실 수 있도록 맛있는 음식(떡만둣국, 갈비찜)과 아름다운 선물(스웨터, 양말, 모자, 스카프, 속옷, 과자 등)을 준비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설날임에도 불구하고 74명의 봉사자께서 함께 해 주셨습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 소재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 대표 김하종 신부(67, 세례명 빈첸시오 보르도)는 1957년 이탈리아 피안사노 지방에서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30세인 1987년에 사제 서품을 받고 아시아 선교의 꿈을 품었으며, 1990년 우리나라로 와서 1992년부터 성남시에서 사목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98년 IMF 외환위기가 닥쳤고, 이후 급증한 노숙인들을 위해 급식소 ‘안나의 집’을 설립해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 (좌측부터) 필자, 김하종 신부, 홍진영 성남소방서장과 함께 성남아트센터에서.

 

김 신부의 이름은 2015년 11월 19일 본인이 만든 ‘성남 김씨에 김대건 신부의 김, 하느님의 종’이란 뜻의 한국인 ‘김하종’으로 귀화하며 성남시가 본인의 고향이라고 했다. 

 

김 신부는 지난 26년간 ‘안아주고 나눠주고 의지하는 집’이라는 뜻에 걸맞게 ‘안나의 집’에서, 노숙인과 어르신들에게 하루 평균 750여 명, 26년간 약 330만여 명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또 갈 곳 없는 가출 청소년 등을 보듬어 주며 따뜻한 둥지가 되어 주었다.

 

지난해 12월 12일 KBS 1TV 아침마당 ‘꽃피는 인생 수업’에, ‘사랑을 나누는 봉사이야기’ 주제 강연자로  김하종 신부가 출연했으며, ‘더불어 살 용기를 주는 봉사’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김 신부는 “어린 시절 난독증을 극복하고 동양 철학을 공부했고, 한국 성남시에 와서 1993년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 무료 급식소 ‘평화의 집’을 운영하기 시작하며, 오후에는 공부방을 운영했다”며 “1998년 외환위기가 찾아오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분이 ‘실직자 노숙자를 돕고 싶다’며 시작하게 된 게 안나의 집”이라고 소개했다.

 

▲ 미사를 집전하는 김하종 신부.

 

지난해 8월 '한국일보'는 김 신부에 대해 ‘26년간 노숙인에 ‘근사한 한 끼’를 제공한 ‘파란 눈의 신부’라는 제목으로  다뤘고, 인터뷰에서 김 신부는 “26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식사를 제공했다. 모두 함께 힘을 모았기에 기적이 일어났다”고 회고했다. 

 

안나의 집 26년의 기록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6일(월~토)동안 매일 500~700명의 이용자에게 저녁 식사를 제공해 온 지난 26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식사 준비, 설거지 등을 도운 자원봉사자도 17만9천여 명을 넘었다. 끼니를 넘어 자립도 돕는다. 안나의 집 3층 ‘노숙인 자활시설’ 입소도 연인원 7만5천여 명에 달한다.

 

청소년 지원사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부모의 방임과 학대 피해를 본 청소년이 임시로 생활할 수 있는 그룹 홈과 쉼터, 사회진출을 돕는 자립지원관 등을 운영 중이다. 10대와 20대 청년 17만7천900명이 이들 시설에서 지원을 받았다.

 

현재 안나의 집 후원 회원은 1만여 명이고, 월 5천 원의 소액 후원자와 지자체 일부 지원, 그리고 “우연히 들어오는 목돈”으로 간신히 꾸려오고 있다. 그리고,  김 신부는 그동안 호암상(사회봉사), 적십자 인도장 금장, 고향 피안사노에서 주는 금빛 심장상, 국제나눔실천 나눔인상, 이원길 가톨릭 인본주의상, 아시아 필란트로피상, 국민훈장 동백장, 만해대상 실천대상 등을 수상했다. 이때 받은 수상금도 안나의 집을 위해 사용했다

 

▲ KBS 아침미당 출연자들과 함께.

 

2023년에는 창립 25년을 맞아 안나의 집에서 생활해 온 노숙인 및 청소년과 함께 <오늘 하루도 선물입니다>라는 제목의 산문집을 펴냈다. 이 책을 비롯해  <꿈, 나눔, 아름다운 동행>(2018) 등 총 5권의 책을 펴냈다.  안나의 집 운영에 보탤 후원금 모집을 위해서였다.

 

이렇게 모아진 후원금으로 김 신부는 매일 쌀 160㎏을 마련해 따뜻한 한 끼를 만들고, 저녁에는 그룹 홈 등 청소년 100여 명을 돌보는 일에 사용하고 있다. 김 신부는 “악취가 풍겨 누구도 곁에 가지 않았던 한 노숙인에게 빵과 음료를 건네며 꼭 안아줬는데, 세상 다 얻은 것처럼 밝게 웃어 보이길래 그때 결심했다.  ‘안나의 집’을 아무도 찾지 않아 문을 닫는 날을 꿈꾸며, 그때까지 이 일을 놓지 않겠다고….”

 

김 신부는 언론 인터뷰 중 기자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냐?”고 묻자,  “내가 가진 것들을 지키려고만 하면 살아가는 내내 그것만 보게 되고 그것들을 지키는데 급급해져서 시야가 좁아진다.  반대로 내가 가진 것들을 펴서 세상에 나누려 한다면 불안감이 덜어지고 마음이 한결 편해질 것이다. 그것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길”이라고 답했다.

 

김 신부는 2023년 제50주년 성남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신상진 성남시장으로부터 성남시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명예 성남 시민증’도 받았다.

 

▲ 김하종 신부 산문집 '오늘 하루도 선물입니다' 표지.

“주여, 저는 내일도 언제나 제가 수십 년 동안 해왔던 것처럼, 

쌀을 씻어 안치고 국을 끓이고 설거지를 하고, 

갓 지은 밥을 가난한 형제들과 나누겠습니다. 

그렇게 당신을 섬기겠습니다.”

 

오직 사랑,

그리고 주님과 가난한 

내 형제자매들을 향한 섬김만 있을 뿐, 

다른 것은 없습니다.

 

이 경이로운 ‘사랑’ 덕분에 

저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아멘.

 

김하종 신부 산문집 <오늘 하루도 선물입니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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