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주민자치회, 마침내 법의 옷을 입고 비상하다

최인수 박사

분당신문 | 기사입력 2026/03/31 [17:20]

[특별기고] 주민자치회, 마침내 법의 옷을 입고 비상하다

최인수 박사

분당신문 | 입력 : 2026/03/31 [17:20]

지방자치법 개정안 국회 통과, 13년의 기다림 끝에 열린 문 … ‘시범실시’의 시대를 넘어 진정한 ‘주민주권’의 시대로

▲ 최인수 박사  

[분당신문] 2026년 3월 31일 오늘, 대한민국 풀뿌리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찬란한 이정표가 세워졌다. 2013년 7월 첫 시범사업의 닻을 올린 지 장장 13년 만에, 주민자치회의 설치와 운영 근거를 담은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의 높은 문턱을 넘어섰다.

 

전광판을 가득 채운 압도적인 찬성의 불빛들은 단순히 하나의 법안 통과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강산이 변하도록 ‘시범’이라는 족쇄에 묶여 있던 주민들의 열망에 대한 국회의 뒤늦은, 그러나 엄중하고 진실한 응답이다. 이제 국무회의 공포를 거쳐 6개월 후면, 주민자치회는 명실상부한 법적 자치기구로서 대한민국 3천500여개 읍면동의 현장을 누비게 된다.

 

오늘의 법안 통과 의미와 과제를 살펴보자.

 

첫째, ‘시범’의 굴레를 벗어던진 역사적 쾌거: 정부의 시범사업이 13년 동안이나 지속된 것은 대한민국 행정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형적인 모습이었다. 그동안 주민들은 “정식 법적 근거가 없다”, “시범사업일 뿐이다”라는 행정의 차가운 외면 속에서 눈치를 보며 주민자치를 요구해야 했다.

 

오늘의 법안 통과는 이 비정상적인 유예의 시간을 끝내는 ‘종지부’다. 이제 주민자치회는 변화하는 정권의 입김이나 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존폐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강력한 법적 안정성을 획득했다. 읍면동 주민이 스스로 삶터를 바꾸는 자치의 권리가 ‘시혜’가 아닌 법률이 보장하는 ‘당당한 기본권’이 된 것이다.

 

둘째, 6개월의 유예기간: 이제는 '디테일'의 시간: 법안은 통과되었지만, 진정한 자치의 완성은 지금부터다. 법이 공포되고 시행되기까지 주어지는 6개월의 시간은 우리에게 매우 중차대한 골든타임이다. 법률이라는 거대한 뼈대가 세워졌으니, 이제 그 안에 어떤 근육과 신경을 채워 넣을지는 온전히 주민과 지역 사회의 몫으로 남았다.

 

▲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의 높은 문턱을 넘어섰다.

 

앞서 우리가 쟁점으로 짚었듯이, 정부가 내려보낼 주민자치회 참고 조례안이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조직 및 주민들 사이에서 안착하는 과정을 함께 지켜봐야 한다. 226개 시군구 지자체는 저마다의 특성을 반영한 독자적이고 혁신적인 조례를 준비할 필요가 있으며, 주민자치회는 스스로를 규율하고 내실화할 수 있는 정교한 ‘운영세칙’을 다듬어야 한다.

 

셋째, 주민자치회가 증명해야 할 ‘효능감’: 주민자치회에 대한 법적 지위가 확보된 만큼 주민자치회에 요구되는 책임과 무게감 또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이제 더 이상 “법적 근거가 없어서 일을 못 한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새롭게 출범할 주민자치회는 개방형 분과위원회를 통해 더 많은 주민 및 주민조직을 포용하고, 주민총회를 통해 아래로부터의 민의를 정교하게 수렴해 내야 한다. 또한 행정으로부터 위탁받은 사무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며, 사회연대경제와의 튼튼한 협력을 통해 재정적 자생력의 모델을 스스로 증명해 내야 한다. 권한에 걸맞은 '실력'과 '도덕성'을 보여줄 때, 주민자치회는 비로소 동네의 진정한 주인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이제 “법은 통과되었고, 이제 주권자의 시간이다.” 오늘의 감격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법이 길을 열어주었을 뿐, 그 길을 걸어가며 마을의 운명을 바꾸는 것은 오롯이 주민들의 발걸음에 달려 있다.

 

13년간 묵묵히 자치의 현장을 지켜온 전국의 주민자치 위원들과 활동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법의 보호 아래 당당하게 돛을 올린 주민자치회가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기를, 그리하여 명실상부한 '주민주권시대'의 서막을 힘차게 열어젖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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