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년, 국가는 여성의 생존권 보장이라는 책무를 다하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분당신문 | 기사입력 2026/05/17 [11:00]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년, 국가는 여성의 생존권 보장이라는 책무를 다하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분당신문 | 입력 : 2026/05/17 [11:00]

젠더폭력이 반복, 용인되는 혐오의 정치를 유권자의 표로 심판하자

 

▲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년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분당신문]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에서 발생한 여성살해사건 이후 10년이 흘렀다. 당시 강남역 10번 출구를 가득 메운 추모의 포스트잇은 일상적 공포 속에 살아온 여성들의 집단적 각성이자, 성차별적 구조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저항의 선언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오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잔혹한 여성혐오 범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해 사건은 10년 전 강남역 사건의 비극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직시케 한다. 가해자는 자신을 스토킹으로 신고한 피해자에게 보복하려다 실패하자, 일면식도 없는 또 다른 여성 청소년을 상대로 '분풀이'식 살해를 저질렀다. 여성을 분노 해소의 도구이자 손쉬운 공격 대상으로 삼는 가부장적 폭력의 본질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여성혐오 범죄의 본질을 외면한 국가가 폭력의 지속을 방조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당시 수사기관과 정부는 이를 '묻지마 범죄' 혹은 '정신질환자의 일탈'로 규정하며 범죄의 사회적 맥락을 삭제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이번 광주 사건에서 보듯, 가해자의 타깃이 '스토킹 신고자'에서 '낯선 여성'으로 옮겨간 과정은 이 범죄가 명백히 성별에 기반한 폭력임을 증명한다. 국가가 여성혐오라는 구조적 원인을 진단하지 않고 본질을 외면하는 동안, 젠더폭력은 교제폭력, 스토킹, 딥페이크 성범죄 등 더욱 교묘하고 잔혹한 형태로 진화하며 여성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표리부동한 행태가 여성 안전망을 무너뜨리고 있다.

 

2022년 신당역 스토킹 살해사건 당시 정치인들이 보여준 부적절한 발언과 가해자 서사 부여는 명백한 2차 가해였다. 가해자 전주환은 직장 동료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하다 신고당하자 근무 중인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했다. 그럼에도 당시 이상훈 서울시의원은 전주환에 대해 "31세의 청년이며 서울시민이고, 나름대로 열심히 사회생활과 취업 준비를 했을 것"이라며 가해자의 '성실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폭력적인 대응을 한 것 같다"는 망언을 내뱉었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를 탄생시킨 민주당은 2차 가해 행위로 자당에서 징계를 받은 이상훈 의원을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단수 공천하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젠더폭력에 대한 엄정 대처를 언급하지만, 정부·여당인 민주당은 정작 2차 가해자를 공천하는 표리부동한 처사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을 정치적 각성이 없는 집단으로 치부하는 오만한 행태다. 여성의 고통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배신의 정치는 중단되어야 한다.

 

6.3 지방선거, 혐오와 2차 가해를 일삼는 후보를 표로써 심판하라.

 

이번 6.3 지방선거는 단순히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여성에 대한 비하와 혐오, 그리고 2차 가해를 일삼고도 반성 없이 표를 구걸하는 정치 세력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는 심판의 장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여성 유권자뿐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인권을 열망하는 모든 유권자에게 호소한다. 성별에 기반한 폭력을 방조하고 가해자를 옹호하는 정치는 우리 공동체의 안전을 결코 보장할 수 없다. 혐오를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는 후보들을 유권자의 단호한 표로써 심판하여, 정치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도록 강제해야 한다.

 

여성의 안전은 치안의 문제를 넘어선 민주주의의 과제이다.

 

강남역 사건 이후 10년, 여성들은 미투 운동과 법제도 개선 투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일궈왔다. 그러나 보복 범죄를 막지 못한 제도적 허점과 여성을 잠재적 공격 대상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견고하다. 여성의 생명과 존엄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결코 민주적이라 할 수 없다.

 

우리는 여성의 생존이 위협받는 현실을 방치하는 국가에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모든 여성이 폭력 없는 일상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성평등 민주주의 사회를 위해 6.3 지방선거를 포함한 모든 정치적 영역에서 끝까지 행동할 것이다.

 

※ 이 글은 2026년 5월 15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발표한 성명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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