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살, 성남 지방자치 ‥ ‘막가파식 독선’ 끝내고 ‘협치’로 가야 할 때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26/06/22 [17:03]

서른여섯 살, 성남 지방자치 ‥ ‘막가파식 독선’ 끝내고 ‘협치’로 가야 할 때

유일환 기자 | 입력 : 2026/06/22 [17:03]

▲ 신상진 시장의 앞으로의 성패는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달렸다.

 

[분당신문] 지방자치가 출범한 지 어느덧 36년, 사람으로 치면 완연한 성년(成年)의 나이다. 성남시의회는 벌써 10대째 문을 열었고, 민선 시장 역사도 초대 오성수 시장을 거쳐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 제9대 신상진 시장에 이르렀다. 그러나 서른여섯 살 성남 지방자치의 성적표를 들추어보면 고개가 숙여진다. 성년의 성숙함은커녕 비리와 고소·고발, 정쟁으로 얼룩진 부끄러운 초상화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남의 민선 자치사는 잔혹사에 가깝다. 초대의회 당시 교육위원 뇌물수수 사건이라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지더니 특혜분양 의혹, 인사 비리, 직권남용, 청탁금지법 위반 등 얼룩진 혐의들이 꼬리를 물었다. 결국 역대 민선 시장 6명 중 4명이 구속되는 전무후무한 불명예를 안았다. 신상진 시장은 지난 5월 4일 출마 선언을 하면서 "(비리로) 구속되지 않는 성남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해야 했던 서글픈 배경이기도 하다.

 

이처럼 권력이 제 잇속을 차리는 동안 ‘시민이 주인’이라는 지방자치의 본질은 철저히 뒷전으로 밀려났다. 선거판이 열릴 때마다 오로지 ‘개발’과 ‘지하철’이라는 거대한 욕망의 키워드만이 표심을 흔들었을 뿐이다. 권력을 쥔 이들은 진정한 주권이 시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가르치기보다, 자신들의 과오와 정쟁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그런 성남의 정치 지형에 최근 흥미롭고도 절묘한 브레이크가 걸렸다. 제10대 성남시의회와 민선 9기 신상진 시정 체제가 ‘여소야대’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것이다.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시의회는 전체 32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18석을 차지하며 과반을 점했다. 야당이 의장직과 주요 상임위원장을 거머쥐는 구도 속에서, 과거처럼 시장이 독단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이른바 ‘막가파식 행정’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이러한 긴장 구도 속에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트라우마는 바로 ‘준예산 사태’다. 성남시는 이미 2011년과 2012년, 그리고 2022년까지 총 세 차례나 준예산이라는 사상 초유의 행정 마비를 경험했다. 이재명 시장 시절에는 한나라당과의 첨예한 대립으로, 2022년에는 ‘청년기본소득’ 예산을 둔 여야 갈등으로 예결위가 파행되며 본회의 상정조차 못 한 결과였다.

 

예산안이 불성립되어 준예산 체제로 접어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 된다. 법령과 조례에 묶인 필수 유지비만 집행될 뿐, 각종 시민 수당과 보조금, 민생 정비공사가 줄줄이 멈춰 서기 때문이다. 고래 싸움에 애꿎은 시민의 삶만 터지는 꼴이다.

 

결국 신상진 시장의 앞으로의 성패는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달렸다. 신 시장이 공언한 민선 9기 변화의 핵심 키워드는 ‘바르게 빠르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정을 ‘바르고 빠르게’ 돌리기 위해서는 시의회의 ‘협조’가 있어야 하는데, 그 권한은 야당의 손에 쥐어져 있다.

 

이제 ‘내가 무조건 옳다’는 고집과 독선은 내려놓아야 한다. 먼저 손을 내미는 소통의 정치가 시급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만나 협조를 구하고, 경기도의원들과의 통로를 넓히며, 성남시의회를 든든한 동반자로 인정해야 한다. 나아가 여야를 막론하고 성남시 지역구 국회의원 4명과 수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치의 목적은 정당의 승리가 아니라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있다. 여소야대라는 절묘한 성남의 성적표는 정쟁을 멈추고 진짜 정치를 하라는 시민들의 준엄한 명령이다. 신상진 시장과 10대 성남시의회가 이번에야말로 잔혹사를 끊어내고 성숙한 ‘협치의 성년식’을 보여주기를 시민들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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