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화문 발표 사진과 ‘복붙’… ‘선결처분’ 긴급기자회견은 3일이나 뒤져
[분당신문] 2일 준예산 사태를 기다렸다는 듯이 시청 건물을 비롯해 구청 등에 ‘2023년 예산안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던 성남시가, 알고 보니 성남시와 마찬가지로 준예산 사태를 겪고 있는 고양시를 벤치마킹(?)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뒷북 성남시’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12월 30일 ‘시의회에 조속한 예산안 처리를 촉구하면서, 준예산체제로 돌입하면서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고양시도 2023년도 예산안을 놓고 의회가 팽팽히 맞서면서 정상적인 예산안 처리가 불가했다. 여야가 16대 16으로 동수였기 때문이다.
이때 이동환 고양시장이 예산 미편성에 따른 시민불편을 해결할 방안으로 ‘선결처분권 발동’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선결처분권은 지방자치법 제122조에 의거, 주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해 긴급하게 필요한 사항으로서 지방의회가 의결되지 않은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의회의 의견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 판단에 의해 우선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이런 발 빠른 고양시와 달리 성남시는 말 그대로 ‘뒷북’이다. 해가 바뀐 1월 2일에서야 준예산 파문 이후 한 달여 만에 처음 공식적으로 ‘2023년 준예산 집행에 따른 안내문’을 기자회견 또는 담화문 발표가 아니라, SNS에 먼저 흘렸다. 여기에 못마땅했는지, 다시 오전 10시가 넘어서 ‘준예산 사태에 따른 성남시 입장문’(이미 알려진 안내문과 똑같은)을 다시 한 번 더 언론사에 뿌렸다.
고양시가 구랍 30일에 담화문을 발표한 것에 비하면 3일이나 늦은 발표다. 예산안 처리는 해가 바뀌었기 때문에 이미 늦었고, 준예산 체제하에서 시는 엉뚱하게 ‘시민 여러분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성남시의회를 설득해 이번 준예산 사태가 조기에 해소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라고 말하고 있다. 말 그대로 ‘뒷북’이었다.
이 때 함께 보낸 사진이 어딘가 어색했다. 앞 쪽에는 신상진 시장이 무엇인가 발표하고 있고, 그 뒤쪽에는 간부 공무원들이 줄지어 서 있다. 고양시가 언론사에 제공한 사진과 비교해 보니 ‘복붙(내용이나 형태 따위를 복사하여 붙임)’ 수준이었다. 고양시는 이미 30일에 담화문을 발표하며 대응을 했지만, 성남시는 그나마도 하지도 않았음에도 비슷한 사진을 언론사에 배포하는 대담함까지 연출했다.
담화문 발표에서 고양시보다 늦었던 성남시가 이번에는 과감하게 ‘선결처분’이라는 특단의 조치도 벤치마킹(?)했다. 2일 오전동안 입장문 발표에 머물렀던 성남시가 오후 1시가 넘어서 갑자기 ‘2023년 준예산에 따른 선결처분 긴급기자회견을 3일 오전 10시에 하겠다’고 알려왔다. '선결처분'은 고양시가 이미 30일에 언급했고,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방식으로 ‘한발 늦은 긴급’인 셈이다.
준예산 사태가 긍정적 효과를 보인 분야도 있다. 성남시장을 비롯한 시 공무원 11명과 시의회 4명 등 15명이 2023년 예산이 통과됐으면 3일부터 15일까지 새해 벽두부터 미국(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풀러턴, 오로라)과 캐나다(밴쿠버) 등 북미지역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준예산 체제로 인해 아깝지만 해외로 나가지 못하고 취소했다. 글로벌 4차산업 특별도시 구축을 위한 방문이라고 하지만, 터미널 폐업 사태, 수도요금 인상, 부동산 하락 등 불안한 경제적 상황에서 연초부터 시 집행부와 의회가 해외로 나갔다면 빈축을 살 것이 분명했다. 이를 막아주었다.
이처럼 준예산 사태에 대해 발 빠르게 현수막은 내걸었지만 이후 대응과 내용, 그리고 형식 등 모든 면에서 성남시는 고양시에 뒤졌다. 오히려 따라 하기를 하고 있다. 결국, 고양시에는 있지만 성남시에는 시의회를 제대로 바라보는 ‘싱크탱크’가 없고, 시장을 받쳐주는 ‘정책보좌관’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사건이 이번 준예산 사태의 또 다른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