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법을 제정하라!

국회앞 천막농성장에서 만난 경기도장애인부모회 정기영 회장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3/03/28 [09:50]

발달장애인법을 제정하라!

국회앞 천막농성장에서 만난 경기도장애인부모회 정기영 회장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3/03/28 [09:50]

   
▲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정기영 회장.
[긴급 인터뷰]
2002년 발생한 원주 귀래 ‘사랑의집 사건은 발달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며 다수를 죽음에 이르게 한 슬픈 사건이자,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던 일이다. 또한 같은 해 11월 장애를 가진 열한살 동생을 돌보다 화재를 피하지 못해 열세살 누나가 숨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사건을 계기로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인간답게 살도록 권리를 지원하고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에서도 ‘발달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염원을 담은 발달장애인법이 지난해 5월 제19대 국회에 1호 법안으로 제출했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140대 국정과제에서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법안은 여전히 국회 계류 중.

이와 관련해 발달장애인법제정추진연대가 지난 3월 21일 광화문 광장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부모들이 모인 가운데 ‘법 제정 촉구 문화제’를 개최했고, 이후 여의도 국회 앞 이룸센터로 옮겨 발달장애인법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뜻과 염원을 모을 것이라며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27일 이룸센터 노숙농성장에서 경기도장애인부모회 회장이자, 성남시의회 재선 시의원이며,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기영(46) 의원을 노숙 현장에서 만나보았다.  
 
발달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비장애인의 경우 자세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발달장애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발달장애는 뇌의 특정 부위 작용(인지처리과정 또는 정서처리과정)의 결함과 관계된 장애를 말한다. 뇌기능의 결함은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 표현과 행동에 영향을 주어 적응행동(개념적 기술, 사회적 기술, 실용적 기술)의 한계,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함, 의사소통의 어려움, 특별한 행동으로 자해, 상동(자기를 자극하는 특정한 행동을 반복), 공격 등을 나타내기도 한다.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자기관리, 수용 및 표현 언어, 학습, 이동, 자기결정, 자립생활능력, 경제적 자급자족 등에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정신지체(지적장애), 발달장애(자폐성 장애), 지적장애를 동반한 뇌병변장애, 중도중복장애 등이 발달장애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법’에 제시된 발달장애의 정의에서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만을 발달장애로 규정하고 있다.

정기영 의원 본인도 발달장애인 가족으로 알고 있는데, 이들 발달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중증의 만성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 2010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등록장애인 중 지체장애의 경우 1급 장애의 비율이 3.4%이지만, 지적장애는 24.4%, 자폐성장애는 36.4%에 달하고 있다. 또한 발달장애인 중 지적장애인의 17.9%, 자폐성장애인의 9%만이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할 수 있음에 반해 지체장애인은 77.8%, 시각장애인은 76%, 청각장애인은 73.9%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소득의 경우 심각한 수준이다. 지체장애인은 86.9%, 시각장애인은 82.3%, 청각장애인은 86.9%가 매월 소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적장애인의 경우 48.1%, 자폐성장애인은 19.2%만이 매월 소득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 여의도 국회앞 천막농성 현장에서 장애인단체 관계자들과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정기영 회장.
이처럼 발달장애인은 다른 어떤 장애인보다 일상생활, 교육, 경제활동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지역사회 통합에도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나아가 자기결정, 자기선택, 자기권리 주장이나 자기보호가 심각할 정도로 어려워, 학대·무시·성폭력·경제적 착취·법적권리 침해·인권 침해 등에 있어서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대상이 발달장애인으로 생각하는데, 여타 외국의 사례를 들어 발달장애인법 제정의 필요성을 말한다면?

발달장애인들이 겪는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미국 등 선진국들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그들의 추가적인 권리를 선언하고, 그러한 권리를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을 1963년에 제정했고, 스웨덴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특별서비스법’을 1986년 제정했다. 일본 역시 1960년에 ‘지적장애인복지법’, 2004년에 ‘발달장애인지원법’을 제정했으며, 호주의 빅토리아주는 지난 1986년에 ‘지적장애인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복지법’ 어디에도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과 관련된 구체적인 규정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여타의 법률에서도 발달장애인들의 권리 보장에 관한 규정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문제는 언제나 전체 장애인의 문제를 중심으로 접근되었고,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욕구를 고려하지 못한 정책들이 발달장애인들에게 강요되어 왔던 것이다.

이제는 이런 신체적 장애인 중심의 장애인복지 환경내에서 발달장애인들을 일부러 적응시켜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요구를 고려하여 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서비스 모형을 제안하여, 주변의 환경이 발달장애인에게 적응하도록 만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주변의 환경을 개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장애인복지 전달체계와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전달체계, 전문인력 등을 구축하고 배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인간답게 살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직업과 소득보장, 거주와 돌봄, 건강과 안전, 교육과 훈련, 여가와 문화 및 사회참여와 권리옹호 등 전반적인 복지지원 체계를 수립하고, 자신의 삶을 주도하며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별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주장하는 법 제정의 필요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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